MBC ‘연인’이 파트2 방영을 앞두고 있다. 파트1 마지막 회가 자체 최고인 12.2%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파트2에 관심이 모인다. 파트1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드라마+OTT 통합 화제성 순위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 따르면 세계 69개국 톱10에 올랐다.
MBC의 올해 드라마 성적은 매우 저조했다. 그런 속에서 오랜만에 나타난 히트작이기 때문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에서 ‘연인’ ‘폐인’들이 등장했고 해외에서도 호평이 나오고 있다. 사극이 이렇게 히트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처음부터 인기몰이를 한 건 아니다.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으긴 했다. 최근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남궁민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 병자호란에 고초를 겪게 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설정이다. 병자호란은 우리가 패망한 역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선호되는 소재가 아니다. 왕이나 장군이 이끄는 전쟁 드라마라면 그나마 볼거리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사랑 이야기는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기대작이기는 해도 흥행 성공을 확신하긴 어려웠다.
역시 방영 시작 이후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다. 5% 정도의 무난한 시청률이 유지됐고, 여주인공 연기에 대해 악평이 나오는 등 시청자 몰입도도 떨어졌다. 그러다 5회부터 상승 탄력이 붙더니 파트1 후반부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화제성 순위 1위에 오르고, 해외에서도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보통 멜로드라마는 여성 시청자들이 선호하는데, 이 장르의 인기가 커지려면 멜로 라인이 애틋하거나 설레야 하고 동시에 남주인공의 매력이 터져야 한다. 바로 4회 마지막에 남주인공의 매력이 터지며 멜로 라인에 불이 붙었다. 그 입소문이 퍼지면서 5회부터 시청률이 뛴 것이다.
작품 초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하지 못하고 여주인공에게 비판이 쏟아지는 등 악평까지 나온 것은 작가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전란 이전의 평화 시기와 전란 이후의 고난 시기로 확연히 나뉜다. 전란 이후와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기 위해선 전란 이전에 아주 심하게 평화로워야 했다.
그래서 여주인공은 철없고 아무 생각 없는 처자로만 그려졌다. 남주인공도 철이 없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선명하게 남성미를 드러내진 않았다. 그러다 4회 마지막에 남주인공 일행이 마치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들처럼 등장해 청군을 무찌르고 여주인공을 구했다. 이때 남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가 드러났고, 그전까지 오락가락하던 멜로 라인에 불이 붙었다. 그래서 시청률이 뛴 것이다.
그 후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전란을 배경으로 애절하게 이어지면서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여갔다. 초반에 비난 받았던 여주인공은 전란을 거치며 강인한 의지를 가진 주인공다운 주인공이 되었고, 용맹과 지략 그리고 로맨틱함을 다 보여주는 남주인공의 매력도 커져갔다. 그 두 사람이 이어질 듯 이어질 듯 어긋나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애타게 하면서 폐인이 양산됐다.
이렇게 성공적인 멜로 표현뿐만 아니라 청군의 만주어가 그대로 나오는 등 고증에 신경 썼고 그밖에 전반적인 만듦새가 매우 뛰어나, 단순한 멜로물을 넘어선 웰메이드 사극의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래서 파트2가 더욱 기대를 받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병자호란의 고난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낮았고 작가도 그 때문에 이 작품을 선뜻 시도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묘수를 찾았다고 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상업성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히트작이다. 그 이야기를 조선시대에 대입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그런 이야기에 애절한 멜로와 수준 높은 사극의 완성도가 더해지니 해외에서까지 반응이 커진 것이다.
파트2가 곧 시작되는데 과연 두 주인공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와 더불어, 파트2에서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인가도 관심사다. 어느 쪽이건 파트1의 만듦새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제적인 호응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한류 히트작이 탄생했다. ‘연인’이 K사극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