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세운지구 공중보행로 두고 '대못'이라 지적
삼풍상가와 PJ호텔에 '수용' 방식 적용해 2026년께 철거 전망
박원순 전 시장이 조성한 '공중보행로' 철거 불가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도시계획의 암덩어리"로 지목한 세운상가의 대개조 계획이 확정됐다. 종묘~퇴계로에 약 14만㎡의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공동주택 1만호가 들어서는 등 도심 내에서 직장-주거-휴식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전임 고(故) 박원순 시장 당시 조성됐던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철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종묘~퇴계로 일대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세운지구 재정비는 오 시장이 재선 서울시장이었던 10여년 전에도 추진됐으나 박원순 전 시장으로 바뀌며 재개발보다 보존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박 전 시장이 10년동안 서울시장에 재임하는 동안 건축물들의 노후도가 심해지고 세운지구가 '도심의 흉물'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박 전 시장은 세운지구 건물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공중보행로'까지 만들며 세운지구를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시에 따르면 보행로 건설 당시 하루 통행량이 1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예상의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운지구 내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전체의 97%에 달한다. 붕괴 위험이나 화재 등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도 57%에 이른다. 이들 건축물 중 40% 이상은 현 소방시설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화재 시 소방차 진입에 필요한 최소 폭 6m를 확보하지 못한 도로도 65%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보면 '녹지 생태 도심' 실현을 위해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PJ호텔, 인현(신성)상가, 진양상가 등 상가 군을 단계적으로 공원화할 계획이다.
시는 우선 중심상업지역 용적률 상향을 통해 낙후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난 18일 지하철 을지로 3·4가 역과 가까운 '역세권'인 세운 3-2·3 등 3개 구역 재정비 계획안을 내놨다. 이 3개 구역에는 2만9000㎡(8700여평) 부지에 32층~41층짜리 복합 빌딩 5개 동을 짓는다. 공원용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 토지를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부지에는 용적률을 상향시켜주기로 했다. 현재 800% 용적률을 1000% 이상으로 적용해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특히 3구역은 1555%가 적용됐다.
서울시는 일정 규모 벤처창업 용도를 의무화하고, 산업교류공간을 마련해 기업이 모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이를 통해 100만㎡ 이상의 신산업 인프라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관 확보 차원에서 용적률 상향은 을지로와 인접한 구역으로 한정했다.
오 시장 임기 내에 세운상가군 7개 동을 모두 철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전망이다. 오 시장 임기 내 철거가 가능한 건물로는 삼풍상가와PJ호텔이 꼽힌다. 오 시장이 지난달 20일 북미 출장에 동행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급한 '수용' 방식을 삼풍상가와PJ호텔에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회원 서울시 도심재창조과장은 이날 약식 브리핑에서 "을지로는 전통적인 상업 공간으로, 중심 사업지역으로 상향해 밀도 있는 개발을 할 예정이다"며 "을지로와 가장 연접한 상품상가와PJ호텔을 도시계획시설 공원사업으로 공공에서 가장 먼저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주민 공람을 시작으로 공청회, 타당성 조사, 예산 편성 등 행정 절차를 거치면 오는 2026년쯤에야 철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가 7개 동 중 한 곳이라도 철거가 확정되면 이와 연결된 공중 보행로도 함께 철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 과장은 "공중 보행로 처리 방안은 고민 중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