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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허덕이는 MZ…금융문맹 벗어날 '생존교육' [尹정부 민생현안]


입력 2023.11.07 07:00 수정 2023.11.07 07:0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청년 1년 간 낸 빚 134조…투자 '광풍'

지식·정보 부족한 이들이 손쉽게 대출

해외는 정규과목으로…우리는 선택만

영끌·빚투 이미지. ⓒ연합뉴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빚더미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층의 부족한 금융 지식과 정보, 가치관이 부동산 영끌과 주식·코인 빚투 등 충동적인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 급증을 사전에 차단하고 청년이 건전하게 금융시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부에서 금융교육이 생존교육처럼 필수과정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건전성 지표도 '빨간불'

7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메리츠 등 6대 증권사에서 2030세대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받은 담보·신용대출과 주식 융자 신규취급액은 총 133조8093억원에 달했다.


청년들은 영끌, 즉 집을 사는 데 가장 많은 빚을 냈다. 한해 동안 75조460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은행이 1년 동안 내준 총 161조8453억원의 주담대 중 절반에 가깝다. 이밖에 8조4888억원의 신용대출, 주식 신용거래 46조890억원, 미수거래 3조7709억원 등으로 빚투에도 적극적이었다.


문제는 대출이 늘면서 연체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19개 국내 은행의 연령대별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0대가 1.4%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대비 두 배로 급등한 수치로 현행법상 개인신용정보 보관이 가능한 기간(5년) 중 최고치다. 30대의 연체율도 0.6%로 두 배 상승했다. 40대와 50대는 각각 0.5%로 0.2%포인트 상승했다.


앞으로 연체할 가능성이 이들도 청년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많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청년(20~39세) 취약차주는 전체 대출자 중 7.2%로 다른 연령층(6.0%)보다 높았다. 한은은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이를 취약차주로 보는데 이는 일반 차주보다 연체율이 높은 부실 가능성이 큰 고객이다. 잠재 취약차주 비중 역시 17.8%로 다른 연령층(16.9%)을 웃돌았다.

◆'평균 미달' 금융이해력

청년들의 무리한 투자 광풍의 배경에는 부족한 금융 지식과 정보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충동적 의사결정을 내린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금융 이해력이 부족한 이들이 스마트폰 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대출을 쉽게, 또 많이 찾으면서 빚더미에 앉게 된다는 것이다.


박기효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의 학교 교육은 수능 중심의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니 청소년들이 금융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와 가치관이 부족하다 보니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암호화폐와 같은 리스크가 높은 투자에 뛰어들면서 청년층의 부채문제가 사회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과도한 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대리입금 등 금융사기의 피해자가 되는 사고도 다반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학생들의 금융이해력 수준은 문맹에 가깝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3년 청소년 금융이해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금융이해력 평균 점수는 46.8점으로 10년 전보다 1.7점 내려갔다. 이는 미국 금융교육기관 점프스타트가 설정한 낙제 점수(60점)를 크게 밑도는 점수다.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올해 3월 발표한 지난해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도 청년층(18~29세) 점수는 64.7점으로 전체 평균 점수(66.5점)을 밑돌았다.

◆공교육 편입 목소리 확산

공교육 과정에 금융 교육이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청년재단이 9월 발표한 청년서베이에 따르면 자산형성을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청년설문대상자 59%는 "교육과정부터 금융, 경제 관련 공교육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수능 중심의 경제 교육은 실제 삶과 연관성이 떨어져, 학교교육과정서부터 실효성이 있는 금융교육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규 과정을 통한 금융교육은 전무하다.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2025년부터 고등학교에는 '금융과 경제생활'이라는 새로운 과목이 생기지만 선택과목이라 각 학교별 과목 개설여부조차 미지수다. 국회에서는 지난 3월 국가·지자체가 금융교육 지원정책을 시행하도록 하는 금융교육진흥법안(홍성국 의원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단계서 계류 중이다.


해외 선진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학교 정규 교과목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2014년 이후 모든 주에서 경제 교육을 표준 교육과정에 포함했다. 영국은 2014년 이후 경제·금융교육을 중등교육기관의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시켰고, 호주도 고등학교까지 금융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결정했다.


또 캐나다는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과 소비생활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주식투자와 펀드의 개념과 활용법을 배우고 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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