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비중 전체의 63.8%, 연중 최대 기록
전세수급지수도 지난해 상반기 수준 회복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선호현상…매매대신 전세수요도 늘어”
올해 하반기부터 역전세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최근 아파트 전세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는가 하면 크게 줄었던 전세비중도 늘어났다.
13일 KB부동산 주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17% 오르며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25개구(區) 중에 상승구(區)가 1개 줄어 22곳이며, 약보합구 1곳. 하락구가 1개구 늘어 2곳이지만, 상승률은 견조하다는 분석이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10월(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를 살펴본 결과, 9954건 중 전세 거래는 6350건으로 전체의 63.8%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중 가장 높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5.2%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늘어 연중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100을 넘었다. 0~200 범위 이내인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초과할수록 시장에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이 세입자보다 적은 공급부족 상태를 의미다.
KB부동산의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월 셋째 주 기준 115.3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말부터 100을 초과하기 시작해 11주간 계속해서 100보다 높게 형성돼 있어 공급보다는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더 많아졌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세수급지수가 120.5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깡통전세로 불안한 빌라나 오피스텔 대신 비교적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아파트로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올 1월에만 해도 60대 수준에 불과했던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10월 현재 115가 넘어가면서 2배에 가까이 상승했다”며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그만큼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도 전세 수요를 늘린 원인으로 보인다”며 “올 초만 해도 급매가 속출할 만큼 매매시장이 좋지 않았는데 서울 및 수도권 몇몇 지역은 전고점 수준으로 집값이 회복하고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자, 매수 대신 전세로 살면서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대출이자의 단기간 급등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진 상황도 매매보다는 전세 수요를 늘리는데 한몫 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금리로 인해 매매 수요가 위축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로 돌아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돼 전셋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