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우-러 전쟁 등에 대해선 합의사항 無
미국과 중국은 두 나라 간의 첨예한 갈등 탓에 1년여 단절됐던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데 합의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간) 정오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 있는 역사적 명소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2년 만에 열린 두번째 대면 정상회담에서에서 미·중 간 군고위급 소통, 국방 실무회담, 해상 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는 등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데 합의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군사 대화 채널을 폐쇄하고 미군과의 교류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미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양국이 '군대군(軍對軍)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요청했으며 중국이 제도화를 위한 조치를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나기로 하는 등 군 고위급 소통을 본격 재개하기로 했다.
이날 대화의 물꼬는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텄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장소에 먼저 도착해 시 주석을 30분정도 기다린 후 문 앞까지 마중 나가 그를 맞이했다. 회담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항상 유용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리더와 리더가 직접 만나 오해 없이 대화하는 이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대화를 시작했다.
이에 시 주석은 “지난 50년 이상 중-미 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된 적이 없다. 오늘 대화를 계기로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선택을 줄여나가자”며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한 양국은 갈등을 뛰어넘어 상생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은 미국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마약류 펜타닐 제조 단속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 했다. 미국은 펜타닐의 재료를 생산하는 중국 제조회사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고, 중국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AP는 “중국이 펜타닐 제조 물질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강력히 단속하는데 동의했다”며 “중국 측은 양국 간의 마약 퇴치 협력 실무팀을 설치하고, 함께 마약 단속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른바 ‘좀비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 재료의 주요 생산국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은 AI칩과 대만문제에서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최근 미국이 중국에 AI칩 수출을 통제한 것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시 주석은 수출제한 조치를 ‘기술 봉쇄’에 비유하며 우려를 제기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 목적의 AI가 아니라면 양국이 함께 AI를 개발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시 주석은 “대만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며 반드시 하나의 중국으로 통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한다”며 “대만의 선거절차를 존중해달라”고 맞받아쳤다.
두 정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등을 두고 대화했으나 유의미한 합의사항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정상회담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AP에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았다. 주로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고 시 주석이 경청했다”며 “대만 문제나 중동 전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합의 사항은 나오지 않았으나 건설적인 진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