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디젤 소형택배차·어린이통학버스 신규등록 금지
제이엠웨이브, 내년 하반기 물류부문서 개조전기차 상용화
신차 구매비보다 저렴한 가격·친환경성·익숙한 디자인 등
디젤 1t 트럭 시대가 저물고 ‘개조전기차’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탈탄소화 정책으로 디젤 1t 트럭이 더 이상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이 빈자리를 채우는 데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개조전기차’가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미세먼지 저감 차원에서 경유차 규제가 대폭 강화됨에 따라 화물차의 전기차 개조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관리권역 내 디젤 소형 택배차·어린이 통학버스는 2024년 1월1일부터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신규등록이 금지된다. 대신 전기차 또는 LPG차 등 친환경차만 허용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내년부터 1t 트럭 디젤엔진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와 LPG 모델로만 출시할 예정이다.
트럭 교체에 목돈을 투자하기 힘든 영세 자영업자들로서는 노후 디젤차 규제와 맞물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조전기차는 큰 비용 부담 없이 기존 보유 차량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이다.
국내 개조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는 ‘제이엠웨이브’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이엠웨이브에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그동안 규제로 개조전기차 사업은 불가능했지만, 이번 특례 허용으로 시장 개화 시점도 앞당겨졌다. 제이엠웨이브는 국토교통부에서 기술 검증을 받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인증이 마무리되면 물류용 택배트럭을 시작으로 국내 개조전기차 시장 상용화의 문을 열 전망이다.
제이엠웨이브는 우선 1t 상용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아 봉고와 현대차 포터의 전기차 개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며 이미 복수의 유통물류 업체들과 협약을 맺은 상태다. 앞으로 유통물류 시장에 이어 물류용 PBV(목적기반차량) 시장까지 진출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왜 새로 만들지 않고 개조하는걸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차의 역할이 핵심적이지만 모든 친환경차를 신차로 채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개조전기차가 시장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조전기차의 시장 성장 잠재력은 신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데에서 나온다. 정부는개조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보조금을 받게되 면 새 전기차 구매비의 30~50%의 가격으로 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 시에도 내연기관차 대비 약 14.3% 수준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수명이 다한 내연기관차를 활용하는 것이기에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며 폐차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매년 10년 이상 된 5만6000대의 노후 경유 차량이 전기차로 개조될 경우, 2030년까지 총 61만t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기존 내연기관차의 외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다른 구조로 다소 낯설게 느껴지거나 미학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개조전기차는 이런 위화감 없이 익숙한 외형 그대로이기에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럭셔리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개조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입 단계이며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시장 확대를 위해 세금 혜택이나 관련 규제 해소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당 시장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아직 승용 부문 개조 전기차에 관한 제도는 없지만, 상용 부문 상용화를 위한 제도는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또 전라남도 3개 지역을 개조전기차 특구로 지정해 개조전기차 주행 실증을 통해 차량의 안전성과 성능 평가법을 개발하고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개조전기차는 수작업으로 이뤄지기에 일자리 창출도 되고 노후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니 친환경 효과도 두 배가 된다”며 “선진국들은 이미 재작년부터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반면 국내는 비교적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조전기차시장 성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최근 전기차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개조전기차의 메리트도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개조전기차는 중고차인데 신차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경제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