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509일간 지구 495바퀴 돌며 '총력전'
대통령실 "전방위 협력 네트워크 얻어"
한덕수 "외교적 자산 쌓았다 긍정적 평가"
기업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등 성과
부산엑스포가 지난해 7월 8일부터 시작된 장장 17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끝내 유치는 좌절됐지만, 민관이 무려 지구 495바퀴를 돌며 총력전을 펼친 시간은 고스란히 우리 외교적 자산이 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7월 8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경쟁국보다 조금 늦게 출사표를 던진 부산은 지난 17개월간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민관이 총 이동한 거리는 1989만 1579km로 무려 지구 495바퀴에 달한다. 이들이 만난 각국 인사들은 정상을 포함해 총 3472명이다. 정상만으로 추려도 대통령은 110명, 국무총리는 74명, 13개 기업은 382명으로 총 566명을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래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일본 등 총 96개 국가와 150여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틈틈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해 왔다. 지난 23일 윤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를 2박 3일간 방문해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국 대표들을 만나며 막판 득표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인프라 진출·에너지 안보와 핵심 물질의 공급망 협력·첨단기술 협력·인적교류 확대 등 세계 각국과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이러한 전방위 협력 네트워크 외교는 국민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기업의 시장을 확충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25개국을 방문해 112개국 203명(정상 74명)을 만나 부산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한 총리는 국내에서도 매일 4~5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늦은 밤까지 통화하며 엑스포 지지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 총리는 이번 유치 과정에서 글로벌 사업 기회와 돈으로 환산이 어려운 외교적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총리는 최근 진행한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BIE 회원국 182개국 중 정부가 특사를 파견하지 않은 국가가 거의 없다"면서 "우리가 쌓은 외교적 자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렇게 쌓은 외교적 자산을 절대 그냥 흩트리지 말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실 상당히 시작이 늦었다. 일부 국가는 경쟁국이 먼저 와서 얘기했기 때문에 결정했고, 대한민국이 확실하게 처음부터 했으면 달랐겠다고 하는 곳도 있다"면서 "어쨌든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이 돼서 지구를 몇 바퀴 돌고 있고, 그런 면에서 우리가 외교적 자산 쌓았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엑스포에는 많은 기업인들도 동행했다. 특히 유럽이 주요 시장인 삼성과 LG, 현대차는 엑스포 유치 활동이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19로 국내 기업이 많은 무역 단절을 겪어왔는데, 이번 유치 활동을 계기로 자력으로는 만날 수 없는 해외 정상 인사들, 정치 지도자들까지 네트워크가 확장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울러 그간 접촉이 많지 않았던 태평양 도서국,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과 접촉을 이어가면서 경제협력 기회 확대의 여지를 확인하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