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외부 흡연시설, 한강공원 37개 포함 103개…25개 자치구 중 설치한 자치구는 8곳 뿐
흡연자들, 흡연시설 비좁고 환기 안 돼 외면…피해는 온전히 비흡연자 몫, 간접흡연 피해 호소
흡연시설, 서울시 아닌 자치구에서 설치 및 관리·운영…예산 등 문제로 쉽게 늘릴 수 있는 상황 아냐
전문가 "흡연부스 청정하게 만들면 흡연자 이용 더욱 늘 것…길거리 흡연자 줄이면 자치구도 도움"
서울 시내 금연구역은 29만 곳에 달하지만 설치된 외부 흡연시설은 103개소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외부 흡연시설(흡연부스)이 1곳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치구에서 적극 흡연부스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단순히 부스 개수만 늘릴 게 아니라 내부 시설도 개선해 흡연자들이 흡연부스를 꺼리지 않도록 인식을 개선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흡연부스의 설치와 관리·운영을 서울시가 아닌 각 자치구에서 담당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이 흡연부스를 혐오시설로 보며 설치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서울시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총 2만3618곳이다. 반면 실외에 설치된 외부 흡연시설은 103개소에 그쳤다.
자치구 별로 보면 ▲광진구 1개 ▲구로구 1개 ▲노원구 1개 ▲마포구 1개 ▲서초구 39개 ▲성동구 4개 ▲영등포구 10개 ▲중구 6개 ▲서울시(11개 한강공원) 37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외부 흡연시설을 설치한 자치구는 3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이다.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흡연자들은 흡연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불편함을 겪고 있다. 골목길에 모여서 흡연을 하거나 구석진 곳에서 몰래 흡연을 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마나 있는 흡연시설이 있는 곳도 비좁고 환기가 제대로 안 돼 흡연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문제는 고스란히 비흡연자들에게 '간접 흡연'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때문에 흡연자들은 쾌적한 환경의 흡연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흡연 시설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흡연시설은 시가 아닌 각 자치구에서 설치 및 관리·운영을 하고 있다 보니 예산이나 환경 차이가 있어 쉽게 흡연시설을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흡연시설 설치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의 경우 흡연부스 설치에 대해 반감을 가져 '왜 이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했느냐', '흡연부스를 없애 달라'는 민원을 넣기도 한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흡연부스 설치 장소를 결정했지만 시민들의 민원이 들어와 단 100m라도 위치를 바꾸는 등의 조처를 취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흡연부스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승호 대구보건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비흡연자들을 흡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면 각 자치구에서 실외 흡연시설을 확충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라며 "거리에 흡연시설이 없다 보니 길거리나 구석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흡연시설에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시설이 내부에 환풍기만 설치돼 있어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다. 흡연자들 역시 담배냄새 맡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흡연실을 청정하게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며 "시설 내부에 후드를 설치하는 등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면 흡연시설 이용 빈도도 올라갈 것이다. 흡연실을 청정화시켜 인식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박상신 교수는 "길거리에서 흡연을 하게되면 쓰레기도 많이 나오게되고 주변환경이 지저분해진다"며 "흡연자가 많이 몰리는 거리에 흡연시설을 설치하게 되면 이런 부분이 개선돼 자치구 차원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흡연시설을 설치하는 건 좁은 장소에서 흡연을 하게 만들어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두가지 목적의 접점에서 개선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