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조차 붕괴하는 보고서 내용
강남·서초 지킬 뿐 송파 갑·병도 잃어
"신빙성 없는 내용" 선 긋는 지도부에
"놀라는 모습에 되레 놀란다" 쓴소리
국민의힘에서 내년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해본 결과, 서울 49개 지역구 중 강남·서초와 송파을 등 6개 지역구에서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부보고서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놀랐다는 것에 더 놀랐다"는 자조적인 반응도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총선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는 강남 갑·을·병과 서초 갑·을, 송파에서는 을 한 곳이 우세해서 도합 6개 지역구만이 우세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 갑·을·병과 서초 갑·을, 송파 갑·을, 용산, 종로 등 9개 지역구를 점하고 있는데, 다시 거기서 당세가 3분의 2로 더욱 위축되는 총선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자 당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이만희 사무총장은 "경합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다 지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며 "(보고서 내용은) 전혀 신빙성을 두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후보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지역구 여론조사를 해본 적이 없다"며 "그동안 언론에 발표된 정당별·지역별 지지율 등을 기본으로 전반적인 동향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충격의 참패 이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이렇다할 결과물 없이 전날 활동을 조기종료한데 이어, 이날 이같은 비관적인 판세 분석 결과까지 유출되자 그간 지도부에 쓴소리를 해온 의원들은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강서 (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은 어느새 잊혀지고, 당 지도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강서 패배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 국민들은 우리 당을 떠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 지도부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혁신에 응답해야할 차례"라며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하태경 의원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충분히 예견된 결과인데도 판세 보고서를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성적표를 숨긴다고 성적이 사라지느냐"라며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 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일종 의원은 "당이 위기"라며 "혁신의 기회를 놓치면 당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인요한 혁신위'조차 손대지 못한 과제인,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은아 의원은 "서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초토화 직전인데, 애써 부정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용산에 할 말을 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다만 이제 와서 '서울 6석'이라는 내부 보고서 내용에 충격을 받아 술렁이는 당내 모습에 오히려 더 충격을 받고 놀랐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당 일각에서는 나왔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두 달 전에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하고나서도 '서울 6석'이라는 내용이 무슨 경천동지할 내용인 것처럼 다들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되레 더 놀랐다"며 "나는 조간신문에서 당연한 내용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놀랄 내용이라니 도대체 현실인식이 어디에 가 있는 것이냐"고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위기 의식을 모두가 공유하고 뼈를 깎고 가죽을 벗겨내는 혁신에 착수해서 이미 진행이 어느 정도 됐어도 모자랄 시점인데, 지금이 '서울 6석 상황이냐 아니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한다면 미래가 없다"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