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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근무 거부 워킹맘 해고는 부당…"저출산시대 배려책 기준 될 판결" [디케의 눈물 147]


입력 2023.12.13 05:19 수정 2023.12.13 05:19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고속도로 근무 워킹맘, 채용 거부 당하자 중앙노동위에 구제신청…대법 "부당 해고"

법조계 "수습기간이라도 해고시 정당 사유 있어야…일·가정 양립 배려의무 안 지킨 것"

"사용자, 육아 근로자에게 근무시간 조절 통한 연차휴가 및 외출 지급 등 배려 했어야"

"수습기간은 정규직 전제하는 개념…기간 만료시 계약 종료되는 기간제계약직과는 달라"

ⓒgettyimagesBank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수습 근로자가 휴일 근무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은 만큼 회사의 채용 거부가 정당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저출산 시대에 워킹맘을 위한 배려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될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도로관리용역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2008년부터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며 어린 두 아이를 키웠다. A씨가 원래 일하던 용역업체는 출산·양육을 배려해 오전 6시∼오후 3시의 초번 근무를 면제했다. 그런데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오고 시용 기간을 3개월로 정한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새 업체는 A씨에게 초번·공휴일 근무를 지시했고 A씨가 항의하며 불복하자 회사는 A씨의 근태를 이유로 채용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중노위는 A씨에 대한 회사의 채용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회사가 불복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고 1심은 A씨의 손을, 2심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4년의 심리 끝에 대법원은 "회사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아 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한 만큼 채용 거부 통보의 합리적 이유,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회사의 채용 거부 통보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비록 수습기간 중이라고 하더라도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회사가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워킹맘이 새벽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한 것이므로 본채용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어 안 변호사는 "회사에서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기 노동자에게 공휴일 근무 회수, 빈도 조절, 근무시간 조절 등을 통한 연차 휴가 등 배려를 했어야 한다"며 "워킹맘의 근무를 적극 배려해야 하는 저출산 시대에 맞는 시의적절한 판결이며 육아기 노동자를 위한 여러 배려 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동법 전문 박성우 노무사는 "수습과 시용은 법적으로는 별개이나 둘 다 정규직 개념이다. 기간제 계약직의 경우 정해진 기간이 만료되면 계약이 종료되나 수습, 시용은 정규직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간 종료 또는 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사실상 해고와 같다"며 "그러므로 근로기준법 23조 1항에 따라 해고 시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례의 경우 실정법인 남녀고용평등법상 배려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며 "시용, 수습을 기간제 계약직과 같은 개념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는 점과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용자의 육아 기간 근로자에 대한 배려 의무를 위반한 해고는 위법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짚은 의미의 판결이다"고 강조했다.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굿플랜)는 "관리하는 용역업체만 바뀌었을 뿐 근로의 연속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기에 원칙상 본 채용을 해줘야 한다. 고용승계에 전제가 되는 수습 계약임에도 채용을 거부했기 때문에 부당 해고로 판단한 것이다"며 "만약 A씨가 이 회사의 유일한 직원이고 근무를 거부할 시 회사의 경영까지 위험할 정도였다면 법원의 판단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에 대한 배려 의무를 판례상 명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일종의 가이드를 제시한 판결이다"며 "또한 워킹맘의 자녀 양육에 대한 배려 의무를 회사에 부담함으로써 사용자 입장에서 직원의 가정과 양육까지 고려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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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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