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관련 회의내용 공개에 폐쇄적
그러나 김범수 인적쇄신 수차례 연급
기존 경영진 교체는 쇄신의 핵심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년 10개월 만에 임직원들과 만났다.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과 이에 따라 마련 중인 쇄신안을 직원들에게 공유했다. 작금의 위기를 야기한 경영진들의 ‘셀프 쇄신안’은 못 믿겠다며 직원들과 함께 논의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김 위원장이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간담회 내용은 철저히 감춰졌다. 회사 측은 김 창업자가 20여개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다고 밝힐 뿐 어떠한 질의가 나왔고 김 위원장이 어떻게 답했는지 등 내용을 세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회의장을 벗어나는 직원들도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 외부에 내부정보를 발설하지 않는다는 ‘100대0’ 원칙을 당부받은 듯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쇄신하겠다’는 태도가 맞냐며 회사를 향해 일침을 쏘아댔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말 주요 경영진 사법 리스크에 처하자 매주 월요일 카카오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쇄신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임직원 간담회 내용마저 공개하지 않으면서 쇄신에 대한 진심에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하지만 김 창업자는 쇄신의 핵심인 인적쇄신을 수차례 약속했다. 지난달 3차 비상경영회의에 들어가기 전 “인적쇄신까지 포함한 쇄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1일 사내 공지를 통해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고자 한다”며 경영진 교체를 다시 한번 시사했다.
인적쇄신이 중요한 이유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먹튀 논란부터 최근 김기홍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부사장) 법카 유용,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 경영진 SM 시세조종,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카카오 투자전략부문장 배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한 경영진 리스크는 김 창업자가 줄곧 고수한 자율경영의 결과다. 김 창업자는 그동안 자신의 측근을 임원으로 고용해 무한한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카카오 공동체를 일궈왔다. 하지만 경영진들이 이를 악용해 자신의 이익만 취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성공 방정식의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김 창업자는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구심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직을 중앙집권화해 경영진 일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임직원 간담회날 “사명도 바꿀 각오로 임하겠다”며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또 한번 내비쳤다. 카카오 임원인사는 계열사 대표 절반 이상의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3~4월 예정돼있다. 이 시기 고강도 인적쇄신을 행동으로 옮겨 쇄신에 대한 진심이 사실이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