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데 대해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긴)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태에 대해 미국은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려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강력하게 조사한다”고 밝혔다. 러몬도 상무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중국 화웨이의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스마트폰 출시로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화웨이는 지난 8월 말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Mate)60 프로'를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미국의 수출제한으로 대량생산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SMIC)의 7나노 반도체 칩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정부는 2020년 이후 화웨이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로 14나노 이하급 반도체 수출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화웨이가 미국이 부과한 제재를 뚫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능력을 갖춘 반도체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미 공화당은 화웨이와 중신궈지 등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사실이 명백하다며 정부가 미 공급업체와 이들 업체 간의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상무부를 압박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정부가 공식 조사를 시작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상무부의 산업·안보담당 부서가 7나노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화웨이 스마트폰을 조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블룸버그는 앞서 SMIC가 지난 수년 간 반도체 칩 제조장비를 비축해뒀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재고도 확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MIC는 ASML의 장비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해 화웨이에 공급했고, 5나노 칩 생산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편 미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중국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계속 강도 높은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러몬도 장관은 “엔비디아의 상용 AI반도체 대부분은 중국에 판매할 수 있다”며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은 중국이 자체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정교하고 처리 능력이 뛰어난 반도체”라고 말했다.
상무부는 지난 10월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 기업들이 중국으로 AI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기존 제재조치를 더육 강화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을 위해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AI반도체를 따로 만들어 중국에 판매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70억 달러(약 9조 1700억원) 규모로 알려진 중국 AI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미 정부의 수출통제 강화로 시장 지배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