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운영…보름 전인데도 아직 앱 설치나 카드 구매장소 정보 안내 없어
서울시 "19일 언론설명회 통해 안내할 예정…28일 판매 개시에 지장없도록 준비할 것"
28일 판매하는 실물카드 준비물량 10만장 …조기 품절되면 어쩌나, 어르신들도 스마트폰 앱으로?
시범운영 개시일을 불과 보름 남긴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데일리안의 취재 결과, 15일 현재까지 기후동행카드 신청 및 구매 방법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준비된 실물카드 물량도 부족한 것으로 전해져 자칫 운영개시일에 임박해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데일리안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시범운영 예정인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대대적 홍보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지하철 역사 광고판은 물론 시내버스 정류장 곳곳에서 기후동행카드 홍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시행을 위한 준비나 정보 안내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앱 설치해야 하는지, 어디서 카드 판매하는지 정확한 정보 없어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의 정액요금으로 서울지하철, 서울시내버스는 물론 공공자전거인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정책이다.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운영을 거친 뒤 6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으로, 향후 한강 리버버스가 운행되면 이 역시 기후동행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또는 실물카드 구매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서울시는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하는지, 또 실물카드는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인터넷 상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를 인터넷상에서 검색하면 '서울 지하철 25개 역에서 곧 판매가 시작된다'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판매역이 어디인지는 특정되지 않았다.
반면 기후동행카드 운영 주무 부서인 서울시 도시교통실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25개 역사는 아니고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역 중 서울시계 내에 있는 모든 역에서 이달 28일부터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해 혼선을 빚었다.
이관계자는 그러면서 "기후동행카드 사용방법 및 구매처에 관련한 것은 오는 19일 예정된 언론설명회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면서 "28일 판매개시에는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역사는 모두 289개로 이 중 서울시계 내에 있지 않은 3호선 지축역, 7호선 철산역·광명사거리역·장암역, 8호선 남위례역·모란역 등을 제외하면 280개가 넘는 역에서 판매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인 25개 역과는 10배 넘는 차이가 난다.
◇실물카드 수요 최대 150만장, 준비된 건 10만장
준비된 실물카드 수량도 수요에 모두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준비된 실물카드 수량에 대한 문의에 "10만장의 실물카드를 준비해 뒀고 판매 추이에 따라 추가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구매 수요가 시행 초기에 집중 몰리게 된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10만장의 물량은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실물카드가 필요한 시민들은 추가 물량이 판매될 때까지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이용을 적극 권장한다는 계획"이라고만 밝힐 뿐, 실물카드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성인 스마트폰 보급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교통카드는 여전히 스마트폰 앱보다 실물카드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다. 스마트폰 앱은 결제계좌를 별도로 연결하거나 실물카드를 등록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이 있어 스마트폰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은 실물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교통카드 앱인 '모바일 티머니'의 작년 12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전국적으로 250만명 내외다. 다른 교통카드 앱을 모두 더해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대중교통을 탑승하는 국민은 500만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를 살펴봐도 지난해 서울지하철에서는 총 24억387만 건의 탑승이 이뤄져 하루 평균 658만6000건이다. 낮게 잡아서 이 가운데 절반만 실물카드 이용자라고 가정해도 300만 건이 넘는다. 이를 왕복 이용으로 가정해도 최소 150만 명이 실물카드를 이용해 지하철을 탑승하는 것이고, 이들이 그대로 기후동행카드 실물카드 수요자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준비된 물량은 그 7%인 10만장에 불과하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가 아닌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관리하는 구간에서는 카드 인식 단말기 문제로 내년 2월이나 돼야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해 탑승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행 초기 기후동행카드가 자칫 시민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