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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부진…은행권 ELS ‘조 단위’ 배상 리스크 직면


입력 2023.12.18 06:00 수정 2023.12.18 06:00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中 경제 침체 지속…“녹아웃 진입 어려워”

은행권 자율 배상으로 1조원대 손실 추정

중국 베이징 소재 한 증권사 객장에서 한 남성이 대형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자료사진) ⓒ베이징=AP/뉴시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 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지수가 현 추세를 지속할 경우 은행권은 내년 상반기 배상으로만 1조원대 손실을 보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H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8.86포인트(2.28%) 오른 5700.39로 마감했는데, 지난 11일 연저점(5443.60) 형성 이후 소폭 상승했다.


앞서 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까지만 해도 1만2000선을 나타냈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으며 같은 해 10월 5000선이 붕괴됐다. 올 1월 70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재차 하락세를 이어가며 현재 또 다시 50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H지수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국 경제 부진이 꼽힌다.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50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되는데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소비 심리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또 홍콩 금융관리국의 긴축 기조로 시장 유동성(자금)이 악화한 점도 지수의 변동성을 확대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양책의 시차를 고려하면 가파른 경기 반등은 어렵다”며 “홍콩 은행 간 금리(HIBOR)도 상·하단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지수는 연내 제한적 등락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이 지난 2021년 판매한 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은행들은 ELS를 주가연계펀드와 주가연계신탁 형태로 판매했는데 ELS 특성상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원금 손실 위험도 높아진다. H지수의 반등이 요원한 만큼 내년 상반기 3조~4조원대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의 H지수 추종 ELS 판매잔액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15조8860억원으로 이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4조773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NH농협은행(1조4830억원) ▲신한은행(1조3770억원) ▲하나은행(7530억원) ▲우리은행(250억원) 등이다. 이 외에 은행들의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7900억원 수준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할 당시(2021년) 지수는 1만1000선이었지만 현재는 50%가량 하락해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며 “녹아웃 구간인 8800선까지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시내 은행 자동화기기들이 늘어서 있다. ⓒ뉴시스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공포가 확산하자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해당 상품을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대거 판매했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현재 일부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은행들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율 배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이미 판매사와 소비자 간 분쟁 대처를 위해 배상 기준안을 만들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대표 사례에 대해 배상 비율 기준을 만들면 이를 근거로 금융사들이 소비자와 자율 조정에 나서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이 적용되면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이후 두 번째가 된다.


H지수가 현 추세를 지속해 원금 손실이 확정될 경우 은행권은 내년 하반기 자율배상으로 1조원대 손실을 인식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9년 불거진 DLF 사태에서 투자자들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손실 중 40~80%를 배상받았다. 기본배상비율(적합성·설명의무 위반) 30%,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 20%, 초고위험상품 특성 5%를 더해 55%가 기준이 됐다.


백 연구원은 “DLF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ELS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재가입률이 높아 배상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며 “사적 화해 형태로 DLF 사태보다 낮은 배상비율이 적용될 개연성이 있고 이 경우 은행권 최대 손실액은 1조원대 초반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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