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전기차 보조금 세부 규정 추가
포드 테슬라 등 보조금 못받아… 中 견제 심화
현대차, 내년 조지아 공장 가동 시작… 수혜 볼 듯
미국의 대표적인 자국우선주의 법안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되려 미국 내 기업들을 때리는 형국이 됐다. 내년부터 중국산 광물, 부품 등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테슬라, 포드 등 미국 기업들의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의 생산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앞당긴 현대차는 이를 틈타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판 IRA, 독일 보조금 중지 등 각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확산되고 있어 미국이 내년 새로운 규정을 추가하는 등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새해부터 '외국 우려 기업(FEOC)'에 대한 세부 규정을 시행한다.FEOC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됐다.
기존 북미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하면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했지만, 내년부터는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FEOC가 미국이나 제3국 등 외부에서 외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도 FEOC 국가 정부 관련 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그간 보조금을 받던 테슬라, 포드 등 미국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테슬라는 볼륨모델인 모델 3 에 적용되던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 공제를 당장 내달부터 적용받지 못한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모델3와 모델Y에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지침에 따라 모델3 후륜구동(RWD)과 모델3 롱레인지에 대한 7500달러 세금 공제가 올해 12월 31일에 종료된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의 머스탱 마하-E 역시도 보조금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포드 머스탱 마하-E는 현재 3750만달러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으며, 올해 3분기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5위에 오른 모델이기도 하다.
미국이 중국의 빠른 성장을 견제하고, 자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려 만든 법안이 오히려 미국 기업들을 때리게된 셈이다. 실제 IRA 시행에 따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 GM, 포드, 리비안, 링컨, 크라이슬러등 미국 기업들이 보조금 수혜를 누려왔다. 현재 미국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업체 중 미국 기업이 아닌 업체는 닛산과 폭스바겐에 그친다.
당장 자국 기업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에도 미국 정부가 IRA에 새로운 규정을 적용한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보조금 규정 문턱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자국 기업 뿐 아니라 미국 시장 내에 진출한 각국 업체들까지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계산에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IRA의 가장 첫번째 목적은 중국 견제가 아니라 자국 우선주의에서 나온 법안이며, 자국 제조업을 우선으로 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배제하는 방식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당장 미국 업체들이 불리해지더라도 자국 기업, 해외기업 따질 것 없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고용을 창출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을 목적으로 두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IRA의 새 규정을 적용하면 내년 현대차가 상당부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 받기 위해 현재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으며, 기존 2025년이었던 완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특히 테슬라가 내년 하반기까지 IRA 세부규정을 충족 시킬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와 차량에 대한 경쟁력보다도 전기차는 보조금 적용 여부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구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는 모델 3는 올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다만, 미국이 앞으로 IRA에 또 다른 규정을 추가하는 등의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도 전기차 보조금 문턱을 높이거나 중지하는 등 각국의 자국우선주의는 연일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 수록 전기차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현대차에는 우려 요소다.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줄면서 보조금을 적용받을 수 있는 기준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밖에 없고, 결국 자국 기업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안을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내년 시행될 새로운 IRA 규정은 당장 현대차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예외 조항이 추가적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투자해놓고 생산만 기다리고 있는데 예외조항으로 현대차가 보조금 수혜 업체에서 또 제외되면 그땐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국의 자국보호주의 기조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미국도 자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고용을 늘릴수 있도록 하는 추가 규정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충분한 분석을 통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