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40㎞에 걸쳐 맞대고 있는 핀란드와의 국경지대 안보강화를 위해 러시아군을 집중 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핀란드가 올해 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며 '적'이 된 만큼 그에 따른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1과의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우리(러시아)가 핀란드와 분쟁이 있었느냐”며 "그들(서방)이 핀란드를 나토로 끌어들였다"고 핀란드의 지난 4월 나토 가입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핀란드와)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생길 것"이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지역에 신규 군대를 창설하고 군사력을 집중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북서쪽에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핀란드 국경과 불과 160㎞가량 떨어져 있다.
핀란드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나토에 공식 가입했다. 나토 팽창을 경계하고 반대해 온 푸틴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었다. 러시아가 이를 염두에 두며 군사력 증강을 예고한 것은 핀란드가 지난 14일 미군이 자국 공군기지 및 항구를 사용하도록 한 방위조약을 체결한 사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 핀란드는 나토 가입 직후 러시아와의 접경지역 철책선 구축에 1억 4300만 달러(약 1860억원)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달에는 러시아를 경유한 제3국 망명 신청자가 급증했다며 러시아 국경검문소 8곳 중 7곳을 폐쇄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난민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작전이며 국가 안보 문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면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나토 국가들과 싸울 이유도, 관심도, 지정학·경제적·정치적·군사적 이익도 없다"며 "우리는 오히려 그들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