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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 연체 쌓여가지만…곪지 않도록 '안간힘'


입력 2023.12.20 06:00 수정 2023.12.20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한 해 동안 1조5000억 증가해도

반년 이상 미상환은 도리어 줄어

'고금리 충격' 부실 처리 비용↑

은행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은행이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3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체된 지 반년이 넘은 악성 대출은 오히려 줄며 대비되는 모습이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의 질이 계속 나빠지는 와중에도 그 상처가 곪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이를 위한 부실 처리 비용은 은행권의 부담으로 계속 쌓여갈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미뤄지고 있는 대출 잔액은 총 3조63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5%(1조4536억원)나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에서의 대출 연체가 945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4.0%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역시 9179억원으로, 하나은행은 8997억원으로 각각 84.1%와 66.5%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신한은행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도 8759억원으로 45.3% 증가했다.


이처럼 제 때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출이 몸집을 불리는 배경에는 높아진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대출 이자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이로 인해 빚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지면서 고금리가 은행에도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장기 연체된 대출의 흐름이다. 이런 연체만 떼 놓고 보면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는 걸 넘어 도리어 다소 줄고 있어서다. 정상 상환을 기대하기에 보다 어려운 악성 대출은 누적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 4대 은행의 대출에서 반년 이상 연체된 잔액은 6583억원으로 6.1% 줄었다. 다만 은행별 추이는 엇갈렸다. 하나은행 대출에서 6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은 1220억원으로 28.0%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관련 액수도 1516억원으로 25.7% 줄었다. 반면 국민은행은 1694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153억원으로 각각 43.4%와 3.0%씩 6개월 이상 연체 대출이 늘었다.


4대 은행 대출 중 6개월 이상 연체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는 은행이 연체가 장기화되는 대출을 그때그때 정리하고 있어서다. 이들 은행이 올해 1~3분기 상각하거나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2조56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9% 급증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주하고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매각은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가 길어지는 대출은 은행 입장에서도 더 묵히기 보단 빠르게 정리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계속 확대되는 상각과 매각 비용은 압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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