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틀 연속 경복궁 '낙서 테러'…또 소잃고 외양간 고친 정부,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23.12.20 05:01 수정 2023.12.20 16:52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문화재 훼손 범죄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계속돼…2017년·2022년에도 낙서테러 발생

경복궁, CCTV 429대 있지만 범행 못 잡아…외부 설치 카메라 14대, 야간 투입 요원 2명 뿐

전문가 "자신의 감정 표출하려는 반달리즘 범죄…가해자에 형사책임 및 민사책임까지 물어야"

"일부 시민들, 문화재 지역경제 발전 저해 요소로 여겨…문화재 활용해 가치있다는 인식 심어줘야"

18일 서울 종로구 영추문 인근의 한 담벼락에 스프레이가 뿌려져 있다.ⓒ뉴시스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해놓은 이른바 '낙서 테러' 사건이 이틀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테러를 막지 못한 정부 당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면 그 복구와 복원이 매우 어렵다는 데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우선 폐쇄회로(CC)TV 모니터링 인력을 대폭 늘리고 범죄 발생시 즉시 출동 가능한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가해자에게 형사책임 뿐만 아니라 민사책임까지 지우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재가 가치있고 소중하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훼손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 유력한 남녀 용의자의 신원을 사실상 특정하고 추적 중이다. 이들은 지난 16일 경복궁 영추문 좌·우측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주소를 연상케 하는 낙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후 문화재청은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서울 경복궁 담벼락 복구 작업에 나섰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에도 보존 처리 전문가 20여명은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모두 동원해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재 훼손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를 시작으로 2017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성 낙서 테러, 2022년 경기도 여주 영월루 낙서 테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훼손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 당국은 문화재 내외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관제 인력을 두는 등 관리를 하고 있고, 문화재를 훼손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으나 문화재 훼손 범죄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경복궁 담벼락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전날 누군가가 스프레이로 쓴 낙서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인력 부족으로 외부에 노출된 문화재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경복궁에도 총 429개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이틀 연속 스프레이 낙서 범행을 잡아내지 못했다. 수많은 CCTV 중 외부를 비추는 건 14대에 불과한 데다 야간 투입 요원은 2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경복궁 낙서테러는 범행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차단했어야하는 사건이다. 문화재에 대한 상시적 관리가 안되고 있으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된 것"이라며 "박물관 등 내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와 비교해 외부에 노출된 문화재에 대한 관리는 너무도 미흡하다. 외부에 노출된 담벼락, 탑 등 문화재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을 훼손하는 행위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려는 반달리즘(vandalism) 범죄 행위라고 봐야한다”며 "단순히 CCTV를 설치해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CCTV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조처할 수 있는 방호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 문화재 훼손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민사책임을 묻겠다는 발표를 한다면, 모방범죄를 꿈꾸는 잠재적 범죄자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자들에게 형사책임은 물론 복구 작업에 사용된 장비, 인력 등에 대한 민사책임까지 물어 유사범죄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범행의지를 꺾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석 국립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는 "일부 시민은 문화재를 지역경제 발전의 저해요소로 보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범인을 잡고 경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모방범죄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며 "이제는 문화재를 보존만 할 게 아니라 적절히 활용해서 시민들에게 문화재가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 훼손 범죄가 계속 이어지고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문화재청은 경복궁 담장 외부 감시용 CCTV 20여 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순찰 인력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