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투약 후 발생한 2차 범죄 증가 추세…교통범죄가 28.4%
전문가들 "마약은 투약 자체가 범죄인데 운전 한다는 것 자체가 살인 행위, 처벌 강화해야"
"통계에 잡히지 않는 마약 운전 많을 것…법원의 압색영장 없이는 마약검사 못하는 실정"
"마약 운전 의심되면 경찰이 직권으로 검사할 수 있게 법원에서 유연성 발휘해야"
최근 마약 유통 및 투약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마약 투약자의 교통범죄 등 2차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은 투약 자체가 범죄인데 운전 한다는 것 자체가 살인 행위인 만큼 음주운전 보다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은 법원의 영장 없이는 현장에서 마약 검사를 할 수 없는데, 마약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경찰이 직권으로 검사를 할 수 있게 법원이 유연성을 발휘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마약을 투약한 뒤 발생한 2차 범죄는 ▲2020년 182건 ▲20221년 230건 ▲2022년 214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교통범죄가 ▲2020년 45건 ▲2021년 67건 ▲2022년 66건으로 집계됐다. 마약투약 후 일어나는 2차범죄 4건 중 1건은 교통범죄인 셈이다. 약물에 취해 운전면허를 취소 처분 받은 사례도 2019년 58건에서 2023년(1~10월) 82건으로 4년 동안 41% 급증했다.
지난 10일에는 50대 운전자 A씨가 한 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50분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승용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신호를 기다리던 SUV 차량을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A씨의 동승자 2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앞서 '압구정 롤스로이스' 교통사고도 마약을 투약한 운전자가 일으킨 사건이다. 지난 8월2일 오후 8시10분께 20대 남성 B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번화가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들이받았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뇌사상태에 빠졌고 사고 발생 4개월 만에 심정지로 사망했다. B씨의 몸에서는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7건의 마약류 성분이 확인됐고, 2차례 마약 범죄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롤스로이스 사건 이후 마약을 투약한 채 운전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났지만 현재 마약류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한 뒤 운전했을 때 처벌이 미비하다. 과거 오랫동안 마약청정국이라 자부했기 때문에 처벌체계도 약해진 것"이라며 "마약은 투약 자체가 범죄인데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살인 행위라고 봐야 한다. 음주운전보다 처벌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행법 상 음주운전보다 마약운전에 대한 처벌이 관대하다. 약물을 투약한 뒤 운전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혈중알콜농도 0.2% 이상의 음주운전은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절반 정도의 형량인 셈이다.
염 교수는 "유흥가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투약 의심자들을 대상으로 간이 시약 검사를 집중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차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휘청휘청할 경우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마약 운전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단속 현장에서 단속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법원에서 유연성을 좀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현행법상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없이는 마약 검사를 진행할 수 없는데 마약이 사회적 문제인 만큼 공공의 안전 차원에서 너무 법리적 가치에만 매여 있다 보면 예방이 어려워진다. 사후적으로 처벌도 중요하지만 약물 운전을 예방할 수 있도록 마약 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경찰이 직권으로 검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