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초·중학생 남매 편의점 앞에 두고 "가출한 엄마 찾아오라"며 유기 혐의…1·2심 무죄
법조계 "엄마 찾지 못하자 바로 아이들 찾으러 돌아와…정황상 유기의 고의 없다 본 것"
"아버지로서 부족한 행동이고 아이들 큰 충격 받았을 것…아동복지법상 보호조치 이뤄져야"
"보호자가 더 이상 아이들 양육하지 않겠다 한 것과 마찬가지…가정위탁 등 필요한 상황"
어린 삼남매를 길에 두고 떠난 친부가 아동 유기 및 방임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친부가 아이들에게 "지구대에 가서 가출한 엄마를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찾지 못하자 바로 돌아왔기에 유기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버지로서 부족한 행동이고 아이들에겐 대단한 충격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향후 가정위탁 등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3부(재판장 김성흠)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44)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전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1년 4월 26일 밤 광주 서구 한 편의점 앞에 중학생 자녀 2명과 초등학생 자녀 1명을 놔둔 채 차를 타고 떠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아버지가 사라진 걸 안 아이들은 두려움 속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A씨는 "근처에 있을 테니 경찰서에 가서 엄마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삼 남매의 친모는 7개월 전 가출한 상태였다.
A씨는 집을 나간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아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에 자녀들을 데려와 경찰에 엄마를 찾아달라고 신고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모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곧장 지구대로 찾아와 남매를 다시 데려갔다. 이에 1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했더라도 피고인에게 피해 아동들을 유기하거나 방임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아이들을 길에 버린 행위는 아내이자 아이들의 친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의림 변호사(법률사무소 의림)는 "친부가 지구대에 가서 엄마를 찾아보라고 지시를 했고 엄마를 찾지 못하자 바로 아이들을 데리러 온 것을 보면 유기하려는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며 "아버지로서 굉장히 부족한 행동이었으나 정황상 유기의 고의는 없었다면 범죄로 처단하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밤 시간에 낯선 지역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기에 아이들에겐 당시 기억이 굉장히 충격으로 남았을 것이며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법원으로 기소가 돼 무죄 판결이 났지만 만약 아동보호 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가 됐다면 교육이수 등 일정한 처분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신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율다함)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고 의사 표현도 할 수 있는 중학생, 초등생이며 유기된 장소가 대로변의 편의점이었다는 점 등 특수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위험한 행동인 것은 분명하지만 형사 처벌이 되는 아동 유기로 보기는 어렵고 양육의 의식적인 포기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아동복지법상의 보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보호자가 더 이상 아이를 양육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기에 아동복지법 15조에 따라 아이들에게 적절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친인척에게 보호를 하도록 하거나 가정 위탁 등 조치가 이뤄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시설에서 아이들이 키워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건이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유기·방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한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며 "친부의 행위가 도의적으로는 부적절했을 지라도 아내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자 자녀를 데려갔다는 점에서 유기·방임의 고의는 없었다고 판시한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