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의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듣는 음악’의 시대에서 퍼포먼스형 음악의 발달로 ‘보는 음악’의 시대로, 그리고 최근엔 OTT의 활성화가 ‘참여하는 음악’의 시대를 불러 왔다. 이런 변화를 있게 한 중심에는 ‘안무’가 있다.
한국 음악시장에서 뮤직비디오와 안무 영상의 프로모션 비중은 매우 크다. 지금도 이들이 유튜브에 올린 이 같은 성격의 영상은 챌린지 등의 또 다른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큰 조회수를 올린다. 어떤 안무를 만드느냐에 따라 신인 그룹이 갑자기 수천, 수억뷰를 보유한 그룹으로도 거듭날 수 있는 시대다. 때문에 최근엔 “음악보다 안무가 더 중요하다”는 우스갯 소리마저 나온다.
그만큼 케이팝(K-POP) 씬에서 안무는 과거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런데 막상 안무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케이팝 작곡가와 작사가, 드라마 작가와 연출진, 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창작과 실연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케이팝 안무가들은 자신이 창작한 안무가 소위 ‘대박’을 터뜨려도 애초에 받은 제작 시안비 외에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에 대한 권리도 보호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최근엔 안무가에 대한 권리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긴 하다. 몇 년 전 큰 이슈를 끈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후 이런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지난 2023년 12월 2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저작권 정책 비전과 추진 과제를 담은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을 발표하면서 음악 방송에서 작곡·작사가와 함께 안무가의 이름을 노출하도록 해 성명표시권을 보호하고, 안무가들의 저작권 등록·교육·법률상담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춤은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로 분류된다. 2022년 기준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통계에 따르면, 안무와 관련된 저작권 등록은 모든 저작물 종류 중 0.14%에 불과하다. 이는 케이팝 안무를 비롯한 연극과 무용 등을 포함하고 있어, 케이팝 안무 저작권 등록만 놓고 보면 매우 미미한 수치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저작권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155억 6000만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 같은 성장 속도와 비교했을 때 안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나 보호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문체부의 안무 성명표시권 시행을 시작으로, 안무 역시 음악처럼 실연 건수마다 저작권료 분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음악이 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은 신탁단체가 만들어지면서 권리자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었던 것처럼, 안무 역시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무 저작물은 한국의 저작권법상 별도 분류가 없고, 안무저작물만의 창조성 인정 여부에 대한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국 등 이미 해외에서는 안무가 권리 보장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는데 국내 역시 이런 분위기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선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는 안무와 그렇지 않은 안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 제시가 필요하고, 이후 신탁단체를 통한 현실적이고 안전한 보호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