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학년~고교 3학년 재학생 1만700명(2.2%) 학폭 피해…코로나 끝나자 급증, 초등생 가장 많아
교육부, 올해부터 학폭 전담관 배치…피해자·신고자 협박 보복 금지하고 위반시 최대 퇴학 조치
전문가 "학폭, 사후조치 보다 사전에 해결하는 게 중요…단순갈등과 학폭 구분하는 생활지도 필요"
"학폭 가해 학생들, 분노조절장애 가진 경우 많아…특수교육 받게 하면 학폭문제 현저하게 줄어들 것"
서울 초·중·고에서 학교폭력을 당한 적 있는 학생이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폭 전담조사관을 배치하고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보복행위를 할 경우 퇴학 처분을 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은 사후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사전에 해결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단순갈등과 학폭을 구분하는 생활지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중 1만700명(2.2%)는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2%)보다 0.2%p 증가한 것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21년과 2022년 피해 응답률은 각각 1.1%, 1.7% 였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기간에는 대면수업이 중단되며 학교폭력 피해도 줄었지만 이후 대면수업이 부활하면서 다시 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초등학생이 4.6%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1.6%, 고등학생 0.4%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초등학생은 변동이 없었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 높아졌다.
피해유형별로 보면 언어폭력이 3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폭력 18.1% 집단 따돌림 15.3%, 강요 7.1%, 사이버폭력 6.7% 등이 뒤를 이었다. 초·중·고 모두 언어폭력 비중이 높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언어폭력 다음으로 '집단 따돌림' 비중이 높았다.
학교 폭력 문제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으면서 교육부는 올해 1학기부터 학폭 전담조사관을 배치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전담 조사관은 수사·조사 경력이 있는 퇴직 경찰이나 학교폭력·생활지도 경력이 있는 퇴직 교원을 활용해 위촉직으로 임용한다. 이들은 학교 안팎, 경미한 정도 구분 없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고 결과 보고, 학교전담경찰관(SPO)과의 정보 공유·의견 교류 등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교폭력 발생 시 가해 학생의 피해자·신고자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가 금지되고, 이를 위반하면 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퇴학 처분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보복행위를 할 경우 퇴학 처분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들이 학교폭력 발생 이후 조사와 처벌에만 집중이 돼 있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예방교육을 하는 등 사전조치도 함께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은 사후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사전에 해결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가해 학생에게 제재가 가해지는 식의 구조는 앞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며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보면 일기를 쓰거나 친구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는 등 징후가 나타난다. 교사나 주변 친구들이 세심하게 챙겨준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 대안이 나왔지만 예산 부족 혹은 정책 변경 등의 이유로 지속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까지도 전부 학교폭력으로 간주한다. 교육을 통해서 학교폭력의 의미를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며 "학교에서 생활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폭력과 단순 갈등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부모들에게도 학교폭력 관련 교육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보면 분노조절 장애 등 정서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일반 교실에 방치되고 있다”며 "특수교육 대상자의 범위를 넓히고 이런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학교폭력 문제는 현저히 적게 일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