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남의 나라 신문 보고 알아야 하나"…경찰, 이재명 습격범 신상 공개 뉴욕타임스에 '난감'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지난 3일 이재명 습격범 신상 보도

경찰, 지난 9일 신상공개위원회 열고 신상 비공개 결정

뉴욕타임스가 지난 3일 이재명 대표 습격범인 김모(67)씨의 신상에 대해 보도한 내용.ⓒ뉴욕타임스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습격범 김모(67)씨에 대해 경찰이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김씨의 실명과 직업 등 신상명세를 보도하면서 경찰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경찰이 지난 9일 김씨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었는데, 그보다 며칠이나 빨리 NYT에서 김씨의 신상에 대한 보도가 나갔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외신 및 정치권에 따르면 NYT는 지난 3일 '양극화된 한국에서 야당 대표에 대한 칼부림 공격이 충격을 주다(Knife Attack on Opposition Leader Raises Alarms in Polarized South Korea)'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는 이 대표를 공격한 범인의 실명을 포함한 정보 일체가 공개됐다. NYT는 "경찰은 김OO라는 이름의 66세 공인중개사가 이 대표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밝혔다"며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전직 정부 관료이고 2012년부터 아산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했다. 범죄전력과 마약 투약 이력, 정신병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런 설명과 함께 범행 당시 김씨의 뒷모습이 담긴 영상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게재했다. 사실상 김씨의 실명과 직업, 외형 등 신상을 전부 공개한 셈이다.

경찰이 김씨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한 것이 지난 9일인데, NYT의 보도는 사건 바로 다음날인 3일에 이뤄졌다. NYT는 국내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찰은 NYT의 보도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더 문제는 NYT의 보도가 이미 나간 상황임에도 경찰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김씨의 신상명세를 외신이 보도하자 "이런 중요 정보를 왜 남의 나라 신문을 통해 알아야 하냐"며 격분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앞서 부산경찰청은 전날 오후 피의자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김씨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한 끝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은 살인·살인미수,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의자의 경우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돼있다. ▲범행이 잔인한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 알 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이 공개 사유인데, 경찰은 김씨가 이런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