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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의 이야기를 품은 감독들...실화·픽션으로 [D:영화 뷰]


입력 2024.01.16 08:32 수정 2024.01.16 08:3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켄 로치 감독, '나의 올드 오크'로 은퇴 암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의 거장 감독 켄 로치의 '나의 올드 오크'를 비롯하여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셀리 엘 호세이니,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과 같은 감독들은 다양한 장르와 시각을 통해 난민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불평등과 노동 계급의 문제,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적인 이해와 희망을 찾는 노력을 담았다.


17일 개봉하는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에 이은 영국 북동부 3부작이다. 켄 로치 감독은 '불쌍한 암소', '케스', '보리밭을 흔드는 사람들', '숨겨진 계략', '레이닝 스톤', '엔젤스 셰어: 찬사를 위한 위스키' 등으로 노동, 빈곤 등 우리 사회의 사각 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중앙에 가져다 놓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으며 소셜 리얼리즘의 대가로 불린다.


신작 '나의 올드 오크'는 지난해 열린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돼, 그의 18번째 칸 상영, 15번째 경쟁 진출작이 됐다. 이 영화는 지역 사회를 지탱하던 탄광 산업이 몰락한 후, 사회로부터 단절되고, 침체된 북동부의 한 마을에 전쟁을 피하기 위해 시리아 난민들이 등장하면서 생긴 국면과 갈등, 연대를 보여준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조차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 시리아 난민들이 발을 들여놓자, 이기주의와 혐오, 인종차별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영국 안에서 마을 사람들은 소외 받은 소수이고, 시리아 난민 역시 타의에 의해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로, 시리아 소녀 야라와 올드 오크 펍을 운영하는 TJ는 같은 상황에 처했음을 알고 두 공동체의 화합과 공존을 위해 노력한다.


켄 로치 감독은 '나의 올드 오크'를 통해 "용기와 결단으로 힘든 시기를 맞서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수십 년 동안 한 지역 사회에 불어닥친 사건과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라고 밝혔다. 시대에 발맞추어 더욱 폭 넓어진 거장의 사려 깊은 시선은 우리가 짚어야 할 주요 논의들에 닿으며 또 다른 마스터피스를 탄생시켰다.


2022년에는 다르덴 형제가 '토리와 로키타'로 유럽 사회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난민의 불안한 삶을 그렸다.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어린 난민 토리와 로키타가 다시 추방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일을 택하고, 무수한 폭력에 노출되는 현실을 묵직하게 담아내며, 제75회 칸 영화제 특별기념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셀리 앨 호세이니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더 스위머스'는 전쟁을 피해 시리아를 떠난 두 자매가 사람들을 구출하고 리우 올림픽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시리아의 촉망받는 수영 선수 유스라 마르디니는 올림픽을 꿈꾸며 열심히 헤엄치지만 분쟁으로 인해 꿈이 좌절된다. 시리아를 탈출하기 위해 언니 사라 마르디니를 포함해 20명 남짓의 사람들과 작은 보트에 오르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엔진이 멈추면서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도 없었던 두 자매는 망설임 없이 바닷속에 뛰어들고 보트를 끌어 무사히 그리스에 도착, 베를린에 정착한다. 이들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난민 선수단이 결성되면서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고, 모두를 위해 더욱 힘차게 헤엄치기 시작한다.


2011년 시작된 내전은, 50만 명이 사망하고 국가 기반 시설과 산업이 황폐화했으며 수백만 명의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다. 시리아 난민의 참상을 보여주는 장면 없이 '더 스위머스'를 감동 실화로 만들어냈다.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난민 문제를 '집'이라는 가장 보편적이고 친숙한 공간의 의미를 통해 묻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실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주인공 아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족들과 함께 러시아로 이동한 후, 홀로 덴마크로 밀입국한 남성이다. 어려서부터 표류하며 살아온 난민 출신 아민이 코펜하겐의 성공한 학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담겼다.


이들 감독들의 작품은사회 구성원으로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전환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강조했다. 이에 난민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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