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 밝혀
주중 차기 후보군 윤곽 나올 듯
출신 갈등 이번에도 반복될까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임을 하지 않겠단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연말 수장 교체가 공식화됐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행장 최종 후보군이 발표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그동안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의 경쟁 구도가 이어져 왔는데, 이번에는 누가 우리은행장의 자리를 차지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날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밝혔다. 또 자추위에 은행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후임 은행장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오는 28일 우리금융은 자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 최종 후보군을 발표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금융 자추위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윤인섭·정찬형·윤수영·신요환·지성배·이은주·박선영 등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임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이사회의 조 행장 연임 불가 결정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스트에 남은 후보는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겸임) ▲이정수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 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 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 은행 기관그룹 부행장 등 6명이다.
지난달 말 진행된 1차 회의에서 차기 은행장 롱리스트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단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이후 외부 인사 없이 내부 출신들만 롱리스트에 올랐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현재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관련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만큼 내부 인사가 차기 행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차기 은행장의 출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6명의 후보군은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이 3명씩 안배됐다. 우리은행은 2001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이후 주로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아왔다. 은행 내 균형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오히려 내부통제 실패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우선 유력 후보로 꼽히는 사람은 박 부행장으로, 상업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 리스크총괄부 부부장과 본부장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상무를 거쳐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만 10년이 넘는 경력을 쌓았다. 내부통제 시스템 관련 강자로 여겨지는 만큼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부행장이 임기를 수행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지난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부행장 2년 차 이하 인사들은 자격 미달로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김 부행장 역시 상업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 대기업 심사부 본부장과 부동산금융그룹장을 거쳤다. 조세형 부행장 역시 상업은행에 입행해 서여의도금융센터와 기관공금고객본부에서 본부장을 맡았다.
조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라 관행에 따라 다음은 한일은행 출신이 임명될 차례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중소기업고객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등을 거쳤다. 특히 임 회장 취임 직후 비서실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인 만큼 차기 행장 핵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부사장 역시 한일은행 입행 후 IR부와 경영지원부에서 본부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조병열 부행장 역시 한일은행 출신으로, 남대문기업영업본부장과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 등으로 일했다.
우리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차기 행장 후보군 공개 계획에 별도 발표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최종 후보를 한 번에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