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경찰서 경찰관들, 2022년 한파 속 주취자 방치혐의 기소…벌금형 및 경찰 내부징계
법조계 "경찰, 위험 뒤따르는 업무 종사해 고도의 주의의무 부과…업무상과실, 형 무거워"
"통상적인 조치했음에도 기계적 판결 나와…구체적인 보호조치 기준 불분명, 근본 문제"
"내부징계 받고 유족과 합의돼 처벌불원서까지 냈는데도 벌금형 처벌…선고유예도 가능했을 것"
한파 속 술에 취한 60대 남성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뒤 방치해 숨지게 한 경찰관 2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로 한파에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업무상과실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유죄 선고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관이 충분히 통상적 조치를 취했고 피해자 유족이 처벌불원서까지 냈는데도 벌금형까지 나온 것은 아쉬운 기계적 판결이라며, 유족과 합의가 됐기에 선고유예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강추위에 스스로 보호 능력이 없는 사람을 방치했다"는 의견과 "그럼 경찰관이 이불까지 덮어줬어야 했느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A경사와 B경장에게 지난해 11월 각각 벌금 500만원과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앞서 이들은 2022년 11월 30일 오전 1시28분께 만취한 60대 남성 C씨를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 문 앞까지 데려다줬다. 이들은 C씨를 집 앞 계단 앞에 앉혀놓고 C씨가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철수했다. C씨는 6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서울에는 한파 경보가 발령돼 최저 기온은 영하 8.1도를 기록했다.
경찰은 당시 날씨와 C씨의 상태 등을 고려해 이들 경찰관이 구호 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 등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피해자 유족은 두 경찰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냈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이들을 약식 기소했다. 강북경찰서는 같은 달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에게 경징계를 내렸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로 한파에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는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집앞에 방치되도록 한 업무상 과실이 중대하다고 보인다. 업무상과실치사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유족들이 처벌불원의사를표시하더라도 처벌된다"며 "다만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집 앞까지 데려다 주게된 경위 등 고려해서 벌금형으로 처벌수위가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단 앞에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집 초인종을 누르는 등 가족에게 안전하게 인계했어야하는데 이런 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되므로 항소심에서도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생명, 신체 등에 위험 발생이 뒤따르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는 고도의 주의 의무가 부과되어 업무상과실범에 대한 처벌은 통상의 과실범에 비해 형이 무겁다"며 "이 사건의 경우 경찰들이 통상적인 수준의 충분한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기계적인 판결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체적으로 보호조치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하여 기준이 불분명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경찰들이 조금 더 세심히 일 처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고 집 앞까지 데려갔음에도 계단에 앉혀놓고 그대로 급히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나 상황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며 "다만 이미 징계도 받았고 피해자 유족이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했는데 벌금형 처벌까지 했어야 할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미 유족과 합의도 된 사건이므로 선고유예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향후 경찰 업무를 하면서 조금 더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어 벌금형을 선고한 것으로 짐작된다. 숨진 피해자도, 이 일로 징계와 형사처벌을 받은 경찰관도 다 안타까운 사건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