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휴양 도시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 포럼)에 중국이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자 미국이 정부 고위 당국자를 급파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5일(현지시간) 입수한 미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중국 대표단에는 권력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적어도 10명의 경제·외교 분야 부장(장관)급이 포함됐고 리 총리가 스위스연방 대통령 등 당국자들과 회담을 갖는 등 수도 베른과 다보스의 일정은 ‘준국빈 방문’을 연상케 했다. 지난해 5월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중국 최고위직이 셰전화 기후변화 특사였고 당시 정상급 회동이 거의 없었던 것과 퍽 대조적인 모습이다.
리 총리는 이날 베른에서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연방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 개방의 문은 점점 확대될 것이며, 더 많은 스위스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위스에 중국 비자면제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은 유럽 5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비자면제 혜택을 부여했는데 스위스를 이 대상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암헤르트 대통령은 “스위스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 투자 및 발전에 있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스위스는 중국과 함께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국민 간 상호이해와 우의를 증진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화들짝 놀란 스콧 밀러 스위스 주재 미국 대사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현지 방문 및 스위스 당국자와 회담을 가질 것을 본국 정부에 긴급 제안했다. 특히 밀러 대사는 국무부에 “중국이 미국보다 다보스포럼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적어도 블링컨 장관이 암헤르트 대통령과 최소한 악수라도 나누지 않는다면 여론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문건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16∼17일 이틀간 다보스에 머무르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미 국무부 대변인이 “블링컨 장관이 스위스 당국자와 만날 예정이 맞다”며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다만 대변인은 구체적인 회견 일정과 내부 문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올해 54회째를 맞는 다보스포럼은 세계가 직면한 각종 현안을 토론하는 연례행사로 세계 경제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올해 포럼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 일대에서 후티 반군과 미·영 연합군의 무력 충돌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충돌 관리 방안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포럼의 주제 역시 ‘신뢰 재건’(Rebuilding Trust)’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국 정상급 인사 60여 명과 각계 인사 28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