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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법’ 시장별 구분 초읽기…속 타는 ‘카카오’ 사전지정 불가피


입력 2024.01.23 06:00 수정 2024.01.23 11:07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플랫폼법 시장별 규제 윤곽…덜덜 떠는 업계

메신저·택시호출앱 싱글호밍으로 쏠릴 가능성

지배력 판단 시 ‘카카오’ 빠지기 어려울 전망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 추진을 놓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메신저와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은 플랫폼 이용자가 싱글호밍(사용자가 하나의 플랫폼만 쓰는 것)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만약 시장별로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고려한다면 카카오는 사전지정에서 빠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2일 공정위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이 진출한 시장을 성격에 따라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는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세부 내용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가 제정을 추진하는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이른바 ‘플랫폼 재벌’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이 자사 우대, 최혜대우, 멀티호밍(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끼워팔기 등 반칙을 동원해 경쟁자를 밀어내고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사전 규율해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시장을 ▲메신저 ▲택시 호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자상거래 등 시장 성격별로 구분해 영역별 규제 대상 기업을 지정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플랫폼 기업을 무조건적인 규제 대상 기업으로 선별하지 않고 각 시장 지배력을 측정해 지정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서울에서 운행 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뉴시스

이에 카카오를 포함한 여러 플랫폼 기업은 난색을 표한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플랫폼 서비스 관련 분쟁은 2017년 12건에서 2021년 103건으로 연평균 71.2% 증가했다. 플랫폼 서비스 제공기업의 불공정행위 또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우대 행위가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조정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내 플랫폼 서비스 소비 측면 이용자의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개월 내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적 있는 응답자 가운데 90.8%는 카카오T를 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택시 호출 멀티호밍 비율은 설문 응답자의 11.4%에 불과해 소수 이용자만 복수의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중 택시 매칭 시간 단축과 차별화된 서비스 이용을 위해 멀티호밍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응답 결과는 서비스 보완 측면에서 복수 기업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지만, 소수만이 멀티호밍했다는 점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 제공기업이 차별화돼 있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반면, 플랫폼 이용자가 싱글호밍으로 몰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택시 호출 서비스 이용자 대부분이 카카오T를 이용하고 있기에 싱글호밍을 하는 이유이면서 카카오T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싱글호밍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매칭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었고, 다른 서비스 이용을 위한 추가 노력 필요와 서비스 유사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이 공정위가 만약 시장별 특성을 고려한다면 택시 호출 지배적 사업자인 카카오는 사정지정에서 빠지기 곤란할 것으로 분석된다.


플랫폼 서비스별 소비 측면 이용자의 소비 집중 가능성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국내 플랫폼 서비스 소비 측면 이용자의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

이 밖에도 종합 검색엔진인 네이버가 검색 시장에서 이용자가 다른 서비스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거나 압도적인 지배력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면 네이버는 해당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서만 사전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색 시장 안에서의 금지행위만 사전적으로 규율한다는 것이다. 매출액과 이용자 수가 높은 기업이라고 메신저 시장 등 지배력이 높지 않은 시장에서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등 행위까지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시장점유율과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매출액과 같은 단순 지표로 활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정 기준을 밝힐 수 없으나 시장지배력을 판단하는 세부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플랫폼 업계와 긴밀하게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플랫폼법 제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지정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만을 겨냥한 과도한 기준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공정위는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플랫폼법 취지와 내용,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다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업계와는 관련 기준 등에 대해 소통하지 않아 ‘깜깜이 입법’을 진행 중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디지털경제연합 관계자는 “플랫폼법은 국내 업계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법안인데 기초적인 자료도 공유 없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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