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소비침체 속 ‘저가 위스키’ 불티…유통업계, 수입 경쟁 치열


입력 2024.01.24 06:54 수정 2024.01.24 06:5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가정용 소비 비중 50%↑

하이볼 열풍 지속…“제3세계 위스키 수입 검토도”

한 소비자가 편의점 CU에서 위스키를 둘러보고 있다.ⓒBGF리테일

위스키가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도 최대 수입량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는 그동안 수입 위스키 시장을 선도했던 고가 위스키가 아닌 하이볼용 ‘저가 위스키’가 인기를 누리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통업계 수입 경쟁으로 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최근 하이볼 열풍에 힘입어 1만원대 ‘초가성비 위스키’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대표적으로 ‘글렌스택 스카치 위스키(700ml)’는 누적 판매량 20만병을 넘어서며 스카치 위스키 카테고리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를 3~4만원대의 합리적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그랜지스톤 럼‧셰리‧버번캐스크(750ml)’ 3종 역시 지난해 출시 이후 위스키 트렌드를 선도하며 누적 판매 1만3000병을 돌파했다.


홈플러스는 가성비 위스키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수요를 확인한 만큼 올해도 최저가 위스키 상품 소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 주 평균 700병 이상 판매되는 ‘글렌스택 스카치 위스키(700ml)’의 인기에 힘입어 1만원대 대용량 ‘글렌스택 스카치 위스키(1.5L)’를 선보인다.


이어 170년 역사를 가진 스피릿츠 그룹 LMB(La Martiniquaise Bardinet)와의 협업을 통해 ‘진 가드(Gin Guards)’, ‘니코브 보드카(Nickov Vodka Pure Grain)’, ‘골드킹 나폴레옹 브랜디(Gold King Napoleon Brandy)’ 등 9990원의 초가성비 화이트 스피릿 3종도 론칭한다.


초저가 위스키는 모두 ‘스카치위스키’라고 표기돼 있다. 스카치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40% 이상이다.


대부분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한다. 원료와 제조 공정에 차이가 거의 없다. 오크통 숙성 기간도 기준점인 3년 정도만 채운다. 제품에 따라서는 식용 색소를 넣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위스키 초보자가 즐기기엔 손색이 없다. 탄산과 레몬 그리고 얼음을 넣어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거나 니트(원액)로 마셔도 맛과 향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위스키 특유의 바닐라, 아몬드, 초콜릿 향 등은 약하다는 단점은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유통업계는 다양한 위스키를 수입해 오고 있다. 덕분에 가정용 위스키 소비 비중이 전체 50% 이상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독주를 기피하던 소비층에게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을 제시해준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하이볼 트렌드가 길어지면서 가성비 높은 중저가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위스키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다양한 음용법 개발과 브랜드, 가격대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소비자들의 수요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CU 주류 특화 편의점ⓒBGF리테일

실제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이 주류업체들과 손잡고 위스키 수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위스키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외 유명 위스키를 들여오기 어려워지자 다양한 각국의 위스키까지 가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 CU는 지난해 말 인도 위스키인 ‘룰렛 프리미엄 위스키’(750ml)를 단독 출시해 판매 중이다. 국내 유통업체에서 위스키 강국인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유럽이나 미국, 일본이 아닌 제3세계의 위스키를 가져다 론칭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도 위스키는 생소하지만, 사실 인도는 위스키 소비량 최대 국가 중 하나다. 14억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위스키 브랜드 10개 중 6개가 인도 브랜드일 정도로 시장이 크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CU가 이번에 출시한 룰렛 프리미엄 위스키는 인도 서부 고아 지방의 폴존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미국 증류주 회사인 사제락 컴퍼니가 투자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도 높다. 포켓CU에서 최초 수량 100병이 하루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특이한 위스키 출시는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업체들 입장에서도 유명 위스키 국가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게 힘들어지면서 가성비를 따져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CU는 올해 제 3세계 위스키들을 발굴해 가성비 위스키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만, 저가나 제3세계 위스키를 막무가내로 수입하다가 품질이 떨어지고 소비자가 외면하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위스키 주요 수입국의 각 브랜드들은 해당 상품 판권을 갖고 있는 거래처들이 있어서 물량 제한 및 독점 판매 등 경쟁이 치열하다”며 “제3세계 위스키들은 아직 판권을 갖고 있는 곳들이 거의 없다 보니 제한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저렴하기만 한 상품을 들여오는게 아니라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발굴해야 고객들의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고 각 사의 브랜드 파워에도 도움이 된다”며 “수입 통관의 절차는 물론 관련 협력사 선정 등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위스키 판매 추이 등을 분석해보면 위스키 마니아들의 프리미엄 상품 구매와 함께 하이볼 트렌드에 따른 중저가 위스키의 인기가 매출 쌍끌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 특히 섞음주 선호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각 사의 중저가 위스키 라인업 경쟁이 올해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