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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어진 한국 영부인


입력 2024.02.01 07:07 수정 2024.02.01 08:25        데스크 (desk@dailian.co.kr)

마리 앙투아네트, '여혐의 희생자'란 평가 없지 않아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의 본질은'몰카 공작'

비유 발언 비대위원, 대통령 부부에 백배 사죄해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귀포 광치기해변에서 제주 새마을회 관계자 및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주우며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d’Autriche)가 한국에서 화제가 되더니, 외국 매체에서까지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영문 일간지인 인도 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는 지난 1월 20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된 한국의 영부인(South Korean first lady likened to Marie Antoinette)"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홍콩 언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를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여당인 국민의 힘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한국 여당은 김건희 영부인에게 디올 핸드백을 목사로부터 받은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압력을 가한다"라는 기사를 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는 저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 책은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이름으로 박광자·전영애 두 분이 번역하여 한국에 소개됐다(청미래, 2005). 이 책 10페이지 서문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누군지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권주의의 위대한 성녀도 아니었고, 혁명의 ‘매춘부’도 아니었으며, 불도 얼음도 아니고, 특별히 선을 베풀 힘도 없을뿐더러 악을 행할 의사 또한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인일 뿐이었다. 마성(魔性)을 과시할 소양도 없고 영웅적 행위를 이룰 의지도 없으며, 따라서 비극의 대상이 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인물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박물관, 상점, 백성들의 축제에 참석한다거나, 미술전시회 방문, 오페라와 코메디 프랑세스 관람, 이탈리아 극장 방문, 무도회나 가장무도회 참석 등 여느 귀족 부인들과 다름없이 그녀의 젊은 시간을 채웠다(86면). 그녀의 남편 루이 16세는 ‘악의 없고 둔감한 인간’이었으며(105면), 그들 부부는 강하고 영웅적인 삶을 살기보다는 품위 있게 죽을 줄밖에 몰랐다. 운명이 다가왔으나 그들은 주인이 되어 그 운명을 지배할 줄 몰랐다(116면). 자기에게 우연히 떨어진 권력을 사용하는 대신 단순히 그것을 즐기려고만 했다(117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라는 사람이 JTB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촛불집회 나갔을 때 뒤풀이에서 역사 교수가 그런 말을 하더라.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 것 같냐. 자유 평등, 외적으로 표방한 것은 그것일 수 있지만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민중 시위대가) 건물을 털 때마다 드러나니 감성이 폭발한 것이다. 이것이 감성점을 폭발시켰다고 본다", "디올백 동영상을 차마 못 봤다. 저도 기사 등으로 봤는데, 적절치 않은 것이잖나. 이걸 어떻게 실드칠 수 있겠나. 이건 사죄 드리고 국민들의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는 납득시킬 수 있는, 바짝 엎드려서 (사과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처럼 평범한, 어쩌면 왕비라기에는 어리석고 생각 없는 여인에 불과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치, 난잡한 사생활'의 주인공으로 지목한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다.


역사 교수가 그렇게 말했다는데,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된 역사 교수라면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치, 난잡한 사생활'의 주인공으로 평가했을 리 없다. 그녀에 관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사료를 발굴하여 전기를 쓴 슈테판 츠바이크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약간의 사치를 즐겼을지언정, 난잡한 사생활을 한 적은 없다. 두 아들과 두 딸을 낳았고 온후한 루이 16세와 평온한 생활을 했다. 37세에 억울하게 죽은 그녀의 말년에 애인을 둔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있다고 하나, 당시 이런 것이 문제된 적이 없다.


둘째,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댄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김 여사가 '사치와 난잡한 사생활'로 지금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인데, 김 여사의 작고한 부친을 잘 안다는 자칭 목사의 방문을 받고. 그가 건네준 우정을 가장한 선물을 받은 것이 어떻게 '사치와 난잡한 사생활'로 재단될 수 있다는 것인가.


대통령 부인이 아닌 일반인이더라도 깊은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 자신의 부인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 이런 것들'이라면서 모욕을 하는데도 허허 웃기만 한다면 그 역시 기이한 일일 것이다. 영부인은 인격도 없다는 것인가. 그는 계속해서 김 여사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사실에 맞지도 않은 얘기를 하면서 멀쩡한 사람의 인격을 모독한 사람이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김 여사를 모욕한 것에 대해 먼저 김 여사와 대통령에게 백배 사죄해야 하지 않나.


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외부 필자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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