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위탁업체, 2002년부터 도로공사 시설 유지관리 업무 위탁받아 수행
직원들 "공사 지휘 받으며 근로 제공…직접고용관계 형성, 임금 지급받아야"
법원 "공사, 직원들에게 지휘·명령 했다는 증명 부족…업무 지시 없었다"
한국도로공사(공사)의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위탁업체 직원들은 직접고용 대상이 아니므로 파견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2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윤강열 정현경 송영복)는 A사 직원 79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청구 소송 2건을 최근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은 직원들을 파견근로자로 인정했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A사는 1996년 공사의 자회사로 출범했다가 2002년 민영화된 후 현재까지 공사의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A사에 고용된 후 2년 이상 공사의 지휘와 명령을 받으며 파견 근로를 제공한 만큼 파견법에 따라 공사와 직접고용 관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라며 2019년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공사가 이들을 자사 직원으로 인정하거나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공사가 A사 직원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결론을 뒤집었다.
2심은 "공사가 A사에 제공한 과업 지시서는 정보통신시설의 통일적 유지관리 업무를 위한 것일 뿐 A사 직원들의 업무 자체에 관한 지시가 아니다"라며 "A사는 과업 지시서보다 구체적인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근로자들에게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공사에서 정보통신시설 관리를 직접 담당하는 부서가 없는 만큼 A사 직원들의 업무가 공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지 않았다고 봤다.
A사가 근로자 선발, 교육, 점검 등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공사 정보통신시설 관리 담당 하청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다수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2심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직 심리 중인 다른 소송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