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철 주로 발생하는 도로 파임 현상(포트홀)…올해는 겨울에도 서울 도심에 빈발
올 겨울 눈과 비 잦은 영향…도로에 물 스며들며 움푹 파여 안전운전 및 보행자에도 큰 위협
포트홀, 운전자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 나타나고…발견해도 너무 근접한 경우 많아 피해 막심
보수공사 관계자 "보수현장에 기본 5명 투입돼야…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작업시간 차이 없어"
비가 많이 오는 여름 장마철에 주로 발생하는 '도로 파임 현상'(포트홀)이 올해는 겨울에도 빈발해 안전운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번 겨울에 유난히 눈과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인데, 이를 보수해야 할 각 지자체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발견 즉시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습 포트홀 발생지역 서울에만 수백곳
30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역 인근의 한 이면도로. 한눈에 봐도 원래 도로 포장과는 다른 임시 포장이 누더기처럼 군데군데 도로에 씌워져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발생한 포트홀을 응급보수한 흔적이다. 움푹 파이지만 않았을 뿐 언제 파이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균열이 간 노면도 보인다.
이 도로에 접한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송모(53)씨는 이 도로의 관리상태를 묻는 기자에게 "이곳은 작년 여름 장마철에도 포트홀이 여러 개 생겨 도로 포장을 새로 했는데, 몇 달도 못 가서 또 이렇게 됐다"며 "공사를 할 때 포트홀이 잘 생기지 않게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냄비(Pot)처럼 물이 고이면서 생긴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포트홀은 배수가 원활하지 못한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비나 눈으로 인해 생성된 물이 도로 틈새로 스며들면서 도로 표면이 약해지고, 그 위를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도로가 움푹 파이는 것이다. 특히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사이의 물이 고이기 쉬운 중간지점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이런 지점은 도로 배수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도로포장을 아무리 잘 해도 포트홀 예방에 한계가 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이면도로 역시 사정이 비슷했다. 도림천 제방 인근에 있는 이 도로는 여름 장마철이면 도림천 수위가 상승해 배수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마침 이곳에서는 지난해 12월 서울에 많은 눈과 비가 내렸을 당시 발생한 포트홀 보수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공사현장 근무자는 '포트홀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몇 곳이나 되냐'는 질문에 "영등포구 관내에서만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10곳이 넘는다"며 "서울 전체로 보면 일일이 셀 수도 없다. 수백곳이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로 위 지뢰'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에 모두 위험
포트홀은 운전자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 나타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가 많아 차량에 상당한 충격을 가한다. 포트홀을 발견했더라도 이미 너무 근접한 경우가 많아 다 피해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속도를 줄이도록 설치된 과속방지턱과 비교하면 포트홀의 위험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자동차를 전문으로 다루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실제 차량으로 실험한 결과 차량이 깊이 20㎝·폭 40㎝의 포트홀을 시속 50㎞로 넘어갈 때 받는 충격은 높이 15㎝·폭 1.3m의 과속방지턱을 시속 30㎞로 넘어갈 때와 비교해 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타이어와 차량의 파손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포트홀에 걸려 타이어가 파손되거나 차체가 손상됐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포트홀에 걸려 충격을 받은 타이어는 외관상으로는 멀쩡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서울 양천구에서 자동차정비업체를 운영하는 장동우(49)씨는 "포트홀에 강하게 충격을 받은 타이어는 형체를 지지해주는 내부 철심이 끊어진 경우가 많다"며 "당장 타이어에 구멍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냥 쓰다가는 타이어가 예상치 못하게 파열돼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균형을 잃기 쉽고 탑승자가 외부에 노출돼있는 이륜차에게 포트홀은 그야말로 '도로 위 지뢰'나 마찬가지다. 차량 손상은 물론 인명사고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지자체 "포트홀은 많이 생기는데 보수 인력은 부족"
광역지자체가 관리주체인 주요 간선도로의 경우 포트홀로 인한 문제가 그나마 덜하다. 광역지자체 산하 시설관리공단에 전담 보수팀이 있어 일단 포트홀이 발견되면 곧바로 도로를 보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도로 정비계획에 따른 정기 보수도 주기에 맞춰 진행된다.
하지만 각 구청 등 기초지자체가 관리주체인 이면도로는 포트홀 보수에 어려움이 많다. 우선 간선도로에 비해 통행량이 적다보니 포트홀이 생기더라도 신고가 잘 접수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포트홀 발견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인력 부족 문제가 있어 곧바로 보수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날 영등포구에서 포트홀 보수공사를 진행하던 현장 관계자는 "포트홀은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인력은 거의 비슷하게 들어간다. 차량 통제인원, 중장비인원, 수작업인원, 자재운송인원 등 보수현장에 기본으로 5명씩은 투입된다"며 "보수한 부분이 단단하게 굳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작업 시간 차이도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포트홀이 짧은 구간에 여러 개 발생했다면 해당 구간을 통제하고 동시에 보수할 수 있어 좀 낫다"며 "거리를 두고 발생한 포트홀은 한정된 인력으로는 동시에 보수하는 것이 불가능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교통통제로 인한 정체를 생각하면 되도록 야간이나 주말에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더욱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