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타투 이어 사상 수면 위로 끌어올린 웨이브
정치, 젠더, 계급 등 사회에서 민감하게 여겨지던 주제들이 서바이벌의 소재가 됐다. 웨이브가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를 통해 터부시되던 소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토론의 장을 연 것이다.
최근 웨이브를 통해 공개를 시작한 ‘더 커뮤니티’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 또는 갈등하는 ‘심리 싸움’을 통해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서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부터 유튜버, 남성 잡지 모델, 여성 단체 활동 이력이 있는 작가 등 여러 이력을 가진 12명의 참가자들이 총 상금 2억원을 두고 경쟁한다.
‘더 커뮤니티’에서는 참가자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 커뮤니티 안에서 여러 활동을 하며 상금을 적립한다.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이 적립된 만큼의 상금을 나눠가지게 되는 것이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리더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운영이 되고 탈락자도 결정하게 된다. 이에 본인이 리더가 돼 세력을 구축하거나, 혹은 리더의 편이 되기 위해 치열한 심리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의 서바이벌 또한 크게 낯설지는 않다고 여길 수 있다. 여기에 ‘더 커뮤니티’가 새로운 점은 ‘사상점수’다. ‘더 커뮤니티’의 참가자들은 사전 질문지 답변을 바탕으로 한 사상 점수를 부여받았다.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으로 영역을 나눠, 정해진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가 곧 자신의 신념이 얼마나 뚜렷한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대신 참가자들은 이 점수를 숨긴 채 활동을 하는데, 이를 상대방에게 들키면 탈락을 하게 된다.
초반 공개된 회차에서는 이 규칙을 바탕으로 각자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밤에 진행되는 익명 채팅을 통해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하나의 주제를 둘러싼 흥미로운 토론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 예로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남자가 섹시한 것은 자연스럽다’라는, 다소 민감하지만 누구나 생각해 볼 법한 주제를 놓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다양한 시선을 접하는 흥미 외에, ‘익명’이라는 가면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까지. 자연스럽게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마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하며 ‘더 커뮤니티’의 강점을 보여줬다.
웨이브는 앞서 ‘남의 연애’, ‘메리 퀴어’를 통해 국내 최초로 퀴어 리얼리티 예능을 선보인 바 있다.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게이 등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때로는 진지하게 다루면서 이들도 예능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혹은 타투이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더 타투이스트’를 통해 ‘타투’의 순기능을 짚었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가리고 나와야 하는 타투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상처를 타투로 가리고, 이 과정을 통해 위로까지 얻는 등 타투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보여줘 인식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렇듯 ‘아슬아슬한’ 주제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던 웨이브가 이번에는 ‘사상’을 통해 색다른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더 커뮤니티’는 예고 공개 당시 “동성애는 후천적 오류”라는 한 출연자의 의견이 언급되면서, ‘동성애’처럼 찬반의 영역이 아닌 문제까지 토론의 주제로 삼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민감한 주제를 자칫 잘못 다루다가는, 엉뚱한 의견에 발언권을 쥐어주는 잘못된 흐름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만 이야기되던 주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나아가 이를 둘러싼 격렬한 토론의 현장까지. 이러한 과정이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그림인 것은 분명하다. 웨이브의 이번 도전은 어떤 의미를 만들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