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중심의 노후 전력망 수요 교체 맞물려 호황기
국내 전선업계, 연이어 글로벌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
LS전선, 탄탄한 자회사 품으며 수직 계열화 꾀해
해저케이블 후발주자 대한전선도 사업 확장 돌입
국내 전선업계가 글로벌 경기 둔화마저 피하며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력망 수요가 증가하며 국내 업계 수주 낭보가 이어진 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전선업계 성장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전선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최근 연이어 글로벌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따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확대되면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높아지면서다. 특히 이런 수요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과 맞물리며 고용량 전력망 설치 추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는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가 2020년 2350억 달러에서 2030년 5320달러, 2050년 636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해저케이블 시장이 급성장하며 전선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해상풍력단지 조성 프로젝트가 많아지며 해당 시장 규모는 2022년 14GW(기가와트)에서 2030년에는 53GW까지 커질 전망이다.
국내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해저 케이블 사업의 경우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관계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힘든 분야로 꼽힌다. 해저케이블에 주로 쓰이는 HVDC(초고압직류송전)는 심해 속 높은 수압에 견뎌야하고 전력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손실률도 낮아야 하기에 높은 기술력과 탄탄한 시공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형 프로젝트 체결 경험이 없는 신규 사업자보다 프로젝트 경험이 다양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가장 큰 이유다.
국내 전선업계는 이같은 추세를 타고 최근 투자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생산 능력이 커질수록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 유리한만큼 수요 급증을 대비한 선제적 투자에 돌입한 것이다. 국내 전선업계 1위 LS전선의 경우 지난해 8월 LS마린솔루션을 품으며 '생산-시공' 수직 계열화 시스템도 완성했다. 이로써 케이블 생산은 물론 시공까지 일괄로 처리가 가능한 턴키 수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수천억원 규모의 전남 안마 해상풍력단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LS전선은 이같은 추세를 타고 올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다. LS전선은 지난해 5월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TenneT)로부터 유럽 북해 해상풍력 HVDC(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냈다. 규모는 2조원대다.
HVDC의 경우 HVAC(초고압교류송전)보다 대용량 전류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어 장거리 송전망 중심으로 도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력망에도 쓰인다. LS전선은 HVDC 중 최고 전압인 525㎸급 해저·지중 케이블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화한 업체로 꼽힌다.
해저케이블 분야에선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대한전선 역시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해외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525kV HVDC 생산 준비에 한창인 모습이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에 99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충남 당진에 건설 중인 제1공장은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제2공장의 경우 현재 부지를 물색 중이다. 대한전선은 1공장에서 HVAC를 비롯해 320kV HVDC를 생산하고, 제2공장에서 525kV HVDC를 생산할 계획이다. 2027년 제2공장이 완비되면 대한전선은 동(銅)량 기준 연간 1만8000MT (메트릭톤)의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대한전선 측 관계자는 "대용량-대규모 해저케이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바다에 인접한 임해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장 수요에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신공장을 건설 중이며 기존 당진 공장에서 규모가 다소 작고 육상으로 배송 가능한 해저케이블은 현재도 생산 및 판매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쿠웨이트 수전력청이 발주한 500억원대 400㎸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 수주를 따냈다. 지난해 말에도 독일에서 친환경 풍력발전에 필요한 380㎸ 초고압 전력망 턴키 프로젝트를 600억원 규모로 따내는 등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고압직류 해저케이블의 경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는 형국임과 동시에 아주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선제적인 투자로 슈퍼 사이클에 업체들이 탄탄한 기술력과 포트폴리오로 잘 대비하면, 이미 검증된 능력으로 글로벌 수요에 따른 수혜를 맞이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