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박 과잉공급 우려하던 해운업계
홍해 물류위기에 운임 상승 ‘반사이익’
일부 해운사 주가 두 배 이상 올라
악재·호재 동시 작용…‘예단’ 금물
예멘 후티 반군 공격으로 홍해발 물류 위기 상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부 해운사는 주가가 급등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팬데믹 이후 올해 업황을 비관했던 해운사들로서는 뜻하지 않은 기회를 맞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이후 해운 시황은 비관적이었다. 글로벌 시황은 선복량 공급 과잉이 본격화하면서 해운선사 운임협상력이 약화하고, 이는 경영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12월 5일 부산항만공사(BPA)가 내놓은 ‘해운시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종료로 해운 호황이 이어지면서 선사들의 선박 발주가 크게 늘었다.
이때 발주한 선박들은 올해부터 시장에 공급된다. 참고로 BPA 보고서는 제11회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BIPC)에서 논의한 해운시장 분석 자료를 정리한 내용이다.
BPA는 내년 이후 글로벌 해운시장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선복량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또한 시장 공급 상황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지난 연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상선을 나포하고,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등 물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예상과 다른 흐름으로 이어졌다.
환경 규제 심화와 세계 해운업계 양대 산맥의 ‘동맹 해체’ 등 요동치는 해운시장 위험성을 홍해에서의 무력 충돌이란 소용돌이가 흡수하는 양상이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해상 운송 경로다. 후티 반군 공격에 상선들은 운항을 중단하거나,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먼 경로를 이용하면서 ‘비용’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해상 운임 상황을 보여주는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5일 기준 전주 대비 1.77% 상승한 2217.73을 기록했다. 후티 반군이 상선을 나포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17일 999.92p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하는 13개 주요 항로 운임은 오름세가 더 가파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조사하는 K-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7일 기준 2831로 일주일 전 2734보다 97(3.43%) 올랐다. 10주 연속 상승이다.
불황을 우려했던 해운사 주가는 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1500원대 후반에 그쳤던 국내 대표 해운사 A 기업 주가는 1월에 5100원대를 돌파하며 세 배 이상 올랐다. 2월 현재 30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긴 했으니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을 유지 중이다.
B 해운 역시 지난해 11월 1600원대를 오르내리다 12월부터 급등을 시작해 지난달에는 3100원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21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단순히 홍해 위기가 가져다 준 운임상승만을 두고 해운사가 호황을 맞았다고 예단할 순 없다. 다만 홍해가 세계 해상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해는 인도양 바브 엘 만데브 해협과 지중해 수에즈 운하를 잇는 바닷길로 세계 해운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이곳을 지난다. 석유와 천연가스 벌크선 물동량의 15%도 홍해를 거친다. 해상물류의 대동맥과 같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홍해 사태에 대해 장기화할지 금방 끝날지 예측하는 건 무리”라면서도 “결과적으로 홍해에서 전쟁이 올해 운임 하락을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홍해 사태가 장기화한다고 해도) 운임을 올리는 것도 일정 부분 한계가 있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이로 인한 수출입 물동량 증감 등 악재와 호재가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도 향후 해운업 시황을 예단하기 힘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해운 위기, 경제에 치명”…정부, 물류비·수출길 확보 사활[예측불허 홍해④]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