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의사협회 반발, 강력한 집단행동 예고…15일 전국서 궐기대회 진행
법조계 "의협, 노조 아닌 직능단체 '쟁의행위' 볼 수 없어…근로조건 향상 아닌 만큼 정당성 인정 안 돼"
"병원에 소속된 의사가 임의로 진료 거부, 업무방해죄 성립될 듯…업무개시명령 위반시 형사고발"
"의료법 개정돼 어떤 죄든 금고나 징역형 집유 혹은 선고유예 이상이면…의사 면허 최대 10년 취소"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의사단체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반발해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법조계에선 의협은 노조가 아닌 직능단체인 만큼 쟁의행위의 주체로 볼 수 없고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집단행동도 아니기에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병원에 소속된 의사가 임의로 진료를 거부했을 경우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가 성립할 수 있고 파업 참여를 강제한 지도부는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협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이날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증원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오는 17일에는 1차 회의를 개최해 구체적인 투쟁 방안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지역마다 구체적인 참여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의사들이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국 전공의 1만여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88.2%가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면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보건복지부는 증원 규모를 발표하기 전 이미 파업 돌입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무적으로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전공의 개개인에게 보낼 수 있는 준비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의협은 법률상 노동조합이 아닌 직능단체이고 판례는 노조가 주도하지 않는 쟁의행위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합법적인 쟁의행위의 주체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또한 집단행동의 목적은 '근로조건 향상'이어야 하는데 의대정원확대 문제는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파업의 정당성 또한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파업을 강행할 경우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하여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고발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단체에 대하여는 민법상 법인설립허가취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파업이라기 보다는 진료거부 행위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많지는 않다"며 "다만 진료거부를 하게 되면 정부가 병원 등을 상대로 업무개시 행정명령을 할 수 있다. 이를 거절할 경우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업무정지 15일 처분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집단행동에 참여한 의사들은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해서 받는 불이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지난해 의료법이 개정돼 어떠한 죄든 금고나 징역형 집행유예 혹은 선고유예 이상만 받아도 의사면허가 최대 10년 취소된다. 이에 따라 집단행동을 이끈 지도부에 대해선 의사면허 취소가 가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파업 참여를 강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추진으로 의협 차원의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며 "소속된 의사가 임의로 병원에 나가지 않고 진료를 거부했을 경우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의 갈등을 봉합하려면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 갑자기 의대 정원을 2000명 가까이 확대한다는 방침은 의협 입장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천천히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내부적으로 다툴 의지나 명분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