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스쿨존 제한속도 시속 30㎞→20㎞…강서구 등서초등, 마포구 창천초등학교 등 대상
운전자들 "주말엔 아이들 학교도 안 가는데 왜 거북이처럼 가야 하나…통행권 침해"
"스쿨존, 차도인데 왜 인도로 보나?…새벽 1시에 차도 별로 없는데 20km? 탁상행정"
전문가 "시간대 구분해 속도제한 기준 탄력적 운영해야…법, 무엇보다 지키게 만드는 게 중요"
서울시가 올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이면도로 50곳의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30km에서 20km로 낮추기로 했다. 제한속도를 낮추는 곳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행공간 확보가 어려운 폭 8m 미만의 이면도로 50곳인데, 강서구 등서초등학교와 마포구 창천초등학교 앞 스쿨존 등이 그 대상이다. 기존에 스쿨존 내 제한속도 시속 20km 구간은 123곳이었는데, 여기에 50곳이 추가돼 173곳까지 늘어나게 된다.
시의 스쿨존 규제 강화를 두고 과도한 규제라며 불만을 성토하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았다. 관악구 청룡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20km 제한속도면 걸어가라는 소리"라며 "집 근처에 관악초등학교, 청룡초등학교 2곳이 있는데 학교 앞을 지나갈 때마다 통행권이 침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는 아이들이 학교도 안 가는데 왜 거북이처럼 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광화문역 인근 직장인 김모(28)씨는 "학교 안에서는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이 맞지, 스쿨존이 차도인데 왜 인도로 보는지 모르겠다"며 "사회적 안전제도는 30km로 충분한 것 같다. 교통사고 건수가 71%로 줄어든 걸로 입증했는데, 교통사고 비율을 0%로 할 거라면 차라리 도로를 통제하라"고 분노했다. 김씨는 "20km로 제한속도를 줄일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느냐"고 힐난했다.
일주일 전 스쿨존 1km를 지나가는데 신호대기만 4분 이상 걸렸다는 운전자 박모(31)씨는 "새벽 1시에 차도 별로 없고 아이들이 없는 학교 앞을 20km로 가라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박씨는 "아무리 운전자가 10km로 주행해도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운전자는 정면이 아니라 계기판을 보면서 운전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운전자 서모(40)씨는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아이들이 돌아다니다 사고나면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며 "야간 시간대에는 스쿨존 내 속도제한을 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km로 속도제한을 일률적으로 하고도 교통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차량 통행을 아예 전면 금지시키기라도 할 것이냐"며 "아이들의 생명은 소중하지만 법 규제가 과하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주말과 평일, 등하교가 집중되는 시간대와 야간 시간대를 구분해 스쿨존 내 속도제한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30km 제한속도만 해도 운전자들이 돌발 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라며 "불필요하게 요일과 주야를 가리지 않는 획일적인 교통 행정 방식에 운전자들의 거부감이 커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합리적인 개선안은 뒷전으로 밀린 채 무조건 20km로 속도를 낮추면 운전자들의 법 수용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법이란 것은 무엇보다 지킬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