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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갈수록 줄일 것…찻값 인하 효과는 지켜봐야” [D:로그인]


입력 2024.02.26 07:00 수정 2024.02.26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환경부, 보조금 지원 10년…정책 방향 선회

성능·환경성·소비자 편의 따라 차등 지급

앞으로 보조금 액수 줄여 시장 경쟁 유발

“정책 효과? 시장 반응 지켜보는 중”

충전중인 전기자동차ⓒ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전기자동차는 기후위기 시대 내연기관 종식을 이끄는 대표 이동 수단이다. 전기차가 갖는 매력이 내연기관을 앞서는 측면도 있으나, ‘친환경’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에 기인한 것도 있다.


정부는 이달 초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해마다 사회적 요구와 시장 상황, 국가 환경 정책 등과 연계해 보조금 체계를 수정해 왔는데, 올해는 전기차 기술 혁신과 환경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


지난 20일 환경부는 성능 좋고 안전한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른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차량정보수집장치 탑재로 안전 점검이 쉬운 차량에도 더 많은 혜택을 준다.


배터리 기술 혁신 유도로 전기차 친환경성을 높였다. 성능 대비 하중이 가볍고 재활용 가치가 높아 환경 부담이 적은 배터리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사후관리·충전 여건 개선을 위한 제작사 노력도 반영했다. 전기차 제작사 사후관리 역량에 따른 보조금 차등을 강화했다. 충전 기반 시설(인프라) 확충에 대한 혜택(인센티브)을 확대해 민간 차원에서도 전기차 사용 편의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적 취약계층·청년·소상공인 전기차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해당 계층에 추가지원금을 지급한다. 더불어 전액 지원 기준 강화, 가격 할인 폭에 비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전기차 실구매가를 낮출 계획이다.


환경부는 행정예고 동안 제작·수입사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차종별 보조금 산정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취합해 반영했다.


환경부는 “보조금 지침을 확정한 만큼 신속한 예산 집행을 통한 전기차 보급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지자체 자금 배정 적시 실시, 공고절차 신속 진행 독려 등 전기차 보조금 집행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춤한 전기차…‘구매 보조금’의 양면성


지난해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일반 국민에게 적용한 지 정확히 10년이 됐다. 정부는 2011년 공공기관에만 지급하던 보조금을 2013년부터 일반 국민으로 확대했다.


보조금 정책을 주관하는 환경부는 전기차가 내연기관(휘발유·경유)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대폭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세계 대부분 국가도 같은 생각이다.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전기차에 구매보조금을 지급하는 목적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내연기관은 줄이고 무공해 또는 저공해 차량을 늘리려고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 넘게 보조금을 준다.


실제로 구매보조금 지원 이후 전기차 보급은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2013년 첫 보조금 지급 당시 1464대 팔렸다. 2015년 처음 5000대를 넘어 누적 5712대가 팔렸고, 2017년에는 2만5108대가 도로를 누비게 됐다.


2019년 8만9918대에 이어 2020년 13만4962대를 기록했다. 2021년부터 대폭 늘어나 2022년에는 누적 39만대를 찍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46만대를 기록하면서 전기차 50만대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환경부가 전기차 구매보조금 차등 지급 기준 가운데 하나로 폐배터리 재활용 가치를 반영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한국환경공단이 성능검사를 마친 후 민간에 매각하기 위해 별도 보관 중인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승승장구하던 전기차는 지난해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앞선 사용자)’들이 주도해 온 전기차 열풍 자체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있다. 여전히 높은 차량 가격과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충전 인프라 등도 이유로 꼽힌다.


여러 이유 가운데 특히 보조금에 대한 ‘갑론을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구매보조금은 내연기관 대비 가격이 비싼 전기차를 지원해 더욱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목적이다.


전기차는 승용 기준 출고가가 최소 4000만원 이상이다. 경차를 제외하더라도 2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내연기관과 가격 차가 크다. 이런 가격 차에서 오는 전기차 구매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한다. 보조금은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타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원하는 나랏돈이다. 그런데 보조금 때문에 자동차 업체가 차량 가격을 낮추지 않고,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는 주장이 있다.


보조금 낮추자 가격 인하한 업체들


보조금 역효과는 이번 정부 방침 이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강화하면서 보조금을 못 받게 된 전기차들이 가격을 속속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보조금 지원 기준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보다 유리한 상황이 되자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가격을 낮추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 100~200만원 차이로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지 50% 받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전기차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는 지난 15일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의 국내 판매 가격을 기존 5699만원에서 5499만원으로 200만원 낮췄다. 정부가 보조금 100% 지원 기준을 지난해 5700만원 미만에서 올해 5500만원 미만으로 낮추자 이에 맞춰 가격을 인하한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 또한 ID.4 가격을 56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내렸다. 폴스타는 폴스타2 가격을 55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100만원 인하했다. KG 모빌리티도 LFP 배터리를 장착한 토레스 EVX가 지난해보다 지원액이 줄어들면서 판매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업계의 차량 가격 인하는 결과적으로 그동안 전기차 보조금이 갖는 부작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도 이런 부작용을 의식해 지난해부터 보조금을 조금씩 줄이는 추세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 목적은 친환경차 보급이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시장 가격 인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문제로 많은 고민과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고성능 전기차를 많이 보급하기 위한 방향으로 구매보조금 제도를 개선하고, 실제 시장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도 지속해서 살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읽는 건 어렵지만, 정책 방향은 분명해”


[인터뷰] 정선화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


정선화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 ⓒ뉴시스

“전기차 보조금은 단순히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 목표를 가진 정책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결과적으로 보조금을 통해 국민에게 더 좋은 전기차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많이 공급하는 게 목적이다. 그게 보조금을 주는 이유다.”


전기차 보급 정책을 책임지는 정선화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방안에 대해 “모든 걸 다 이룰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상적인 정책에 가까웠다”고 자평했다.


그는 “정책 목표대로 시장이 반응해 줄지 아직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보조금 개편을 장기간 준비한 만큼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정책관은 이번 보조금 개편안을 크게 3개 핵심 단어(키워드)로 나눴다. 성능과 환경, 그리고 소비자 편의다.


성능은 보조금 지급을 통해 더 좋은 차가 더 널리 보급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다. 이는 친환경차 확대를 통한 환경보호로 이어진다. 더불어 좋은 차량을 보급해 소비자 편의가 증대하고, 최종적으로는 전기차 실구매가자 낮아지는 효과까지 기대한다는 의미다. 보조금 차등 기준에 애프터 서비스(AS)나 배터리 성능·재활용 가치 등을 포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더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어 보급하려면 어떻게 할지, 보조금 때문에 낮출 수 있는 찻값을 더 낮추지 않는 문제는 없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전기차를 늘리겠다고 1시간마다 충전해야 하는 저성능 차를 보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복잡한 부분들을 우리 실무진들이 탁월하게 해낸 것 같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했던 이유는 얼리어답터의 구매력이 떨어진 것과 함께 여전히 비싼 가격, 충전 불편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에 차량 종류, 성능 등에 따라 보조금 액수를 차등한 것도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정 정책관은 “어느 정도 대중적인 차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그런 기재들을 이번 정책에 많이 담고, 내년에 이런 방향을 더 확대할 거라고 예고한 이유가 이것(차량 가격 등) 때문”이라며 “앞으로 가격 부문에 추가 할인이나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줘서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가격 부문에서 노력하게 만드는 여러 장치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차량 가격 인하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정책을 끌고 가야 할지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조금 역효과 가능성을 환경부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초기에는 사실 전기차 종류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이제는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면서 그 차마다 어떤 식으로 정책적 지원을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제도 유연성은 더욱 중요하고, 무엇보다 전기차 보조금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정 정책관은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수요에 따라 적절한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조만간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보조금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유도 중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스스로 할인해 경쟁력을 갖도록 보조금을 갈수록 줄일 예정이다.


올해 보조금 개편 방안을 발표 직후 내년도 개편안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는 정 정책관은 “차량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 지 얼마 안 돼 이번 개편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지 알 수 없다”며 “시장이 이번 정책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 지켜보고, 평가는 그 이후에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선화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이 수소전기차 보급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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