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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행동 일주일째…환자·가족·의료진 모두 임계점


입력 2024.02.26 15:32 수정 2024.02.26 17:28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전국 곳곳서 구급대 이송 지연 사례 발생…30대 여성, 병원 14곳서 거부당해 3시간 지연되기도

현장 남은 의료진 체력 한계…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등 주요 진료과 외래 진료 불가

전공의 이탈로 수술 30% 및 일반병실 가동률 50% 감소…전임의 이탈시 이마저도 유지 불가

정부, 전공의들에게 복귀 마지노선 제시…"29일까지 병원 돌아오면 지나간 책임 묻지 않을 것"

지난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일주일째를 맞은 26일 의료현장에서는 이들의 공백으로 인한 인력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주말새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겪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환자와 가족들의 피해가 쌓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6일 전공의들의 복귀 마지노선을 이달 말일인 '29일'로 못 박으면서 사흘 안에 대립 국면에서 화해·해결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대전에서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여성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다. 그러나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53분 만에야 대전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한 후 A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총 23건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1시께에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의료진 파업 등 사유로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야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고, 전날에는 30대 외국인 여성이 복통과 하혈 등의 증세로 구급차로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14곳에서 거부당해 3시간 만에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산에서도 현재까지 이송 지연 건수는 42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6건은 부산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다른 시도로 이송됐다.


이송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2시간가량이다. 지난 21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은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결국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언제든 이송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의료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비응급 상황 시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팻말이 놓여있다.ⓒ연합뉴스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체력 역시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전체 의사 930여 명 중 192명에 해당하는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낸 분당서울대병원은 전문의들이 전공의를 대신해 당직 근무에 투입되면서 정형외과 등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는 아예 불가한 상태다.


병원 측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뒤로 미루며 최대한 응급 수술에 차질이 없도록 조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응급실, 암 병동, 중환자실 또한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보다 수술 대기 기간이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병원 응급실과 도내 유일의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선 이탈한 전공의 자리를 전문의가 하루걸러 3∼4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가면서 채우고 있다.


충남 천안지역 대학병원들에서도 교수들이 각 병동에서 숙식하며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돌봐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공의 이탈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을 위해 병원으로 와야 할 신규 인턴들의 임용 포기, 전공의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의 재임용 포기 마저 속출하면서 의료현장의 위기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실상 전임의 100여명이 전공의 약 300명의 공백을 모두 메우고 있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3월부터는 병원의 버팀목이었던 전임의 절반가량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공의 이탈 사태로 수술은 30%, 일반병실 가동률은 50%가량 평소 대비 감소했다. 여기에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가 절반가량 빠져나가게 되면 이마저도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복귀 마지노선을 29일로 제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주재하며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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