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재료 앞세워 새로운 어린이 라면 트렌드 이끌어
건면에 나트륨 낮추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굿즈 채택까지
올해 어린이 라면 라인업 늘리고, 해외 수출 등 적극 검토
“우리 아이들에게도 독립된 하나의 개체로서 음식의 선택권을 주고 싶었어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하림타워에서 만난 송지희(37·여) 하림산업 R&D실 면소스개발팀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정간편식 중에서도 라면에 주목했다. 라면은 반찬 없이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주식인 데다, 대한민국 소울푸드에 속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그는 기자를 향해 “엄마들이 기피하는 어린이 음식 중 하나가 라면이고, 어린이들은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라면이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 성인 라면을 물에 씻어주는 것을 보면서 ‘왜 아이 음식엔 선택권을 없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면은 면을 튀긴 것에, 나트륨까지 높다. 그래서 이런 부정 요인을 제거해주면 엄마들의 고민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후레이크 하나부터 국내산으로 만들어 내놓으면 엄마들이 안심하고 먹일수 있고, 재료의 진정성도 알아주리라 믿었다”고 덧붙였다.
송지희 연구원은 하림산업의 ‘푸디버디’라는 브랜드를 통해 어린이식 시장 개척에 나선 주인공이다. ‘더미식’ 브랜드로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성스럽게 담은 신개념 어린이식 브랜드를 선보이며 식품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날 그는 “기존 라면 회사들이 어린이 라면 제품을 히트시키지 못한 이유는 너무 ‘건강’이라는 요소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스티커 등 아이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유기농 재료, 건면 등 아이와 부모 모두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푸디버디의 모든 제품은 가장 신선한 자연 식재료를 활용해 제대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가 영양을 설계하고, 셰프가 만든 믿을 수 있는 어린이식 브랜드’를 목표로 브랜드 매니저와 셰프와 연구원, 영양 전문가 등이 직접 기획, 연구 개발한 특별한 조리법이 적용됐다.
고기와 사골, 향신 채소 등을 풍부하게 넣어 자연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풍미와 향으로 감칠맛을 끌어올렸다.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나트륨은 성인식 대비 20% 이상 줄였지만 차원이 다른 맛을 구현해 아이들의 입맛의 가치를 높였다.
특히 푸디버디 라면은 기존 라면의 나트륨 수치(1640mg)보다 훨씬 낮은 수준(빨강라면 1080mg/하양라면 1050mg)이지만 좋은 재료로 제대로 끓여내 성인 입맛에도 손색 없는 수준으로 맛을 극대화했다. 국물요리도 성인 나트륨 권장량 대비 7.8~16.5% 수준이다.
그는 “하림은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생산, 도축, 유통하는 회사다. 그날 도축한 신선한 뼈와 고기를 우려 만든 자연 재료를 베이스로 맛과 영양을 높였다”며 “예를 들면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영양 추출과 흡수를 높이기 위해 하림 만의 추출 공법으로 육수를 직접 제조하고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연이어 “기름지지 않은 면과 국물,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는 맛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죄책감 없이 먹일 수 있는 정성스러운 라면”이라며 “단순한 인스턴트 라면이 아닌 아이를 위한 정성스러운 간식, 한 끼 식사로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그는 또 “특히 빨강라면의 경우, 파프리카와 고추가루로 아이들이 먹기 좋은 매콤함을 구현했다”며 “엄마 아빠가 먹는 라면을 먹고 싶어’하는 혹은 ‘나 이제 이만큼 컸으니까 매운 것 먹을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수요를 감안해 연구했다”고 웃어보였다.
어린이를 위한 라면을 개발하는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이 없다 보니 새롭게 개척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지만, MSG 등 첨가물을 배제한 상태에서 ‘맛있는 맛’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건강도 생각해야 했다. 면의 경우 고열의 기름에 튀기는 유탕면 대신 건면을 채택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면의 쫄깃한 식감을 강화했다. 어린이의 식사 시간이 성인에 비해 긴 편이라는 점에 감안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면발이 부는 정도를 측정하는 한편, 1mm 라면 굵기를 만들게 됐다.
송 연구원은 “면을 얇게 만든 것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다 보니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며 “아이가 먹으려면 면이 젓가락에 잘 집히거나 포크에 잘 걸리면서도 오랜 시간 방치해둬도 잘 불지 않아야 한다. 이런 굵기의 면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동반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제품의 퀼리티를 높이기 위해 개발단계부터 주요 타깃인 4~8세 어린이와 부모 등 100가구 대상으로 소비자 비교 테스트를 실시하고 제품에 적극 반영했다.
부모와 어린이 모두 자사 제품 만족도가 높게 나올 때까지 모든 제품마다 2~3회에 걸쳐 블라인드 비교 테스트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영유아식과 유사한 고품질 식재료, 성인식에 뒤지지 않는 맛의 퀄리티를 동시에 추구하는 스마트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어린이식도 건강하면서 맛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품 출시 전부터 수차례 블라인드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아이의 입맛과 식습관에 대한 철저한 연구 개발을 통해 어린이 간편식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단순히 먹는 행위 아닌 ‘놀이’로 기억…먹는 즐거움 주고자 노력
놀이와 같은 재미 요소도 추가했다. 아이들이 밥 먹는 것을 싫어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재미있는 식사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진한 핑크색과 동물 캐릭터 디자인을 제품 패키지를 적용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12마리의 푸디버디 동물 캐릭터 스티커도 동봉됐다.
하림은 라면 1개당 17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책정했다. 또 올해 이 브랜드에서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송 연구원은 “김홍국 회장과 직원들이 오랜 시간 연구해 진정성과 ‘진짜 맛’을 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 어린이식 시장 개척을 시작으로 끊임없는 개발 등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한편 어린이식 제품의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시장 파이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부부보다는 사 먹이는 분이 점차 많아지는 등 라이프 스타일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면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송 연구원은 “건강, 편의성, 간편성 등을 모두 갖춰 쉽고 빠르게 조리가 가능하면서 맛과 영양까지 완벽해 내 후손의 후손까지 남아 롱런 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단기적으로는 K-푸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 안으로 신제품 출시 등으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릴 생각이다. 무엇보다 비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어 비건라면 등도 검토하고 있다”며 “수출의 경우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