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하는 ‘생물보안법’ 美 상원 통과
국내 CDMO 라이벌인 ‘우시바이오’ 포함
ADC·GLP-1 제제 등 유망 물질 수주 기대
지난 팬데믹으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반도체를 비롯한 전 산업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중 ‘바이오’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지난 6일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켰다. 찬성 11표, 반대 1표로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게 통과된 이 법안은 미국 내 중국 주요 바이오 기업의 사업 활동을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이한 점은 법안에 특정 중국 기업의 실명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법안 내용은 미국 연방기관이 중국의 BGI(베이징유전체연구소)와 그 계열사인 MGI 및 컴플리트 지노믹스, 우시 앱텍과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우려 대상 바이오 기업과의 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또 해당 기업들의 장비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사들과의 계약 체결도 금지한다.
법안의 최종 제정까지는 상·하원 전체 회의 통과 이후 양원간 협의, 대통령 서명 등 남은 절차가 많이 있지만 업계는 우선 1월에 발의된 법안이 빠른 속도로 상원에서 통과된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유전체, 생체인식 및 건강 데이터 등 미국인 민감 정보가 중국, 러시아 등 우려 국가로 대량 이전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최종 제정 가능성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내에서 바이오산업과 같은 중요 분야에 외국 특정기업의 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국제적으로도 미국이 지명한 우력기업들과 거래 및 파트너십에 영향을 미치는 등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물보안법으로 촉발되는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 내 지각변동은 국내 기업에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국내 대표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글로벌 CDMO 빅5로 거론되는 기업이다. 연간 매출액 규모는 비슷하나 CDMO 사업의 핵심인 생산용량(Capacity) 측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압도적이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국 대비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안정적인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간 겹치는 고객사가 많기 때문에 관련 수주 물량이 빠지게 된다면 고객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내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 시설을 준공하면서 우시바이오로직스에 있던 ADC 수주 물량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옮겨갈 수 있다.
또 다른 차세대 주요 의약품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당뇨병·비만 치료제 CDMO도 국내 기업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GLP-1 치료제인 마운자로, 제프바운드를 개바란 일라이릴리는 현재 GLP-1 치료제 원료 제조사로 우시 앱텍을 활용하고 있다.
GLP-1 당뇨병·비만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0.2%로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GLP-1 계열 의약품 CDMO를 받은 사례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있다.
우선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CDMO 사업도 영위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허가 이후 한미약품의 CDMO 기지인 평택 스마트 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기 때문에 GLP-1 계열 의약품 CDMO와 관련한 기술과 생산 능력은 마련돼 있는 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의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인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GLP-1 계열의 의약품을 전세계에 공급할수 있는 역량과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쏘시오그룹도 마찬가지다. 현재 동아쏘시오그룹은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DA-1726을 개발 중이다. 그룹 내 CDMO 계열사는 에스티팜과 에스티젠바이오가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에스티팜은 기술적으로 GLP-1 계열 의약품 CDMO가 가능하다"며 "다만 아직 사업적 검토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