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K리그2) 충남아산FC가 홈 개막전에서 파란색이 아닌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충남아산은 지난 9일 K리그2 홈 개막전에서 파란 홈 유니폼이 아닌 빨간 유니폼을 입었다. 홈팀이 홈 유니폼을, 상대가 이에 맞춰 원정 유니폼을 입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날은 달랐다.
충남아산은 “빨간색 유니폼을 홈경기에서 입겠다”고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보고했고, 홈 개막전에서 기존 푸른색 홈 유니폼 대신 이번 시즌 새롭게 공개한 붉은색의 서드 유니폼을 입었다. 상대팀 부천FC는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물론 축구에서 홈팀이 원정 유니폼을 입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색깔이 겹칠 때 내리는 결정이다. 충남아산의 파란색 홈 유니폼은 부천과 겹치는 것은 없다.
비단 유니폼뿐만 아니라 현수막, 응원 깃발 등에 빨간색이 많이 섞인 점도 문제를 키웠다.
충남아산 서포터스는 성명문을 통해 구단에 항의했다. 서포터스 측은 “홈 경기 당일 아침, 구단이 제작한 붉은 깃발을 사용할 것을 요청받았지만 반대 의사를 정확히 밝혔다”며 “사전 협의도 없었을 뿐더러 팀 색깔과 맞지 않는 디자인이었다”고 말했다. 서포터스는 경기 도중 구단으로부터 붉은 깃발 사용을 요구받자 미리 준비한 항의성 현수막(축구는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을 내걸었다.
개막전에 참석한 일부 관중들이 SNS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색상인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게 선거용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 논란’으로 확대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의심된다며 구단 측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국민의힘 소속의 김태흠 충남도지사(명예구단주), 박경귀 아산시장(구단주)이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방문했고, 총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경기장 밖에서는 여러 당의 활동이 있었다. 이런 시기에 특정 정당을 연상하게 하는 빨간색 유니폼을 선택한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증폭됐다.
이준일 충남아산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빨간 유니폼은 국가대표 정신으로 임하자는 심정이었다.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외압도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지사도 이날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아산FC 개막식에 명예구단주로 참석했다. 빨간색 유니폼 때문에 논란이 있고, 제 이름이 오르내리며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며 “명예구단주라 시축과 격려사를 해달라고 해서 간 것뿐이다. 유니폼이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 노란색인지 알지도 못한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다고 국민의힘과 연상시키는 팬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나도 인식을 못했다.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꼼수를 부리면서 정치한 적 없고 빨간색 유니폼이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선거철이라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축구계 한 관계자는 “김 지사 말대로 몰랐을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로 득 보다 실이 컸던 것을 떠올리면 이런 수준의 ‘정치적 쇼’를 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며 “지자체 예산으로 굴러가는 시도민 구단은 단체장(구단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과 한계가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