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송아지에 젖소 초유 활용
연천군농업기술센터, 지난해 149농가에 공급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초유는 포유동물이 새끼를 분만하면 몇 일간만 나오는 젖을 말한다. 필수아미노산과 면역항체를 포함한 단백질, 무기질, 지용성비타민 등이 일반유보다 높아 영양공급은 물론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송아지는 초유 급여가 매우 중요한 동물이다. 소의 경우 태반을 통해 어미의 면역항체가 송아지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체에 대한 방어 능력을 거의 갖지 못한 채 태어난다.
능동적 면역능력도 미약해 병원체에 저항할 수준의 방어력은 6개월 정도는 돼야한다. 따라서 송아지는 출생 직후 반드시 초유를 통해 면역물질을 공급받아야 한다.
김종수 연천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소의 초유는 임신 마지막 한 달 동안 어미의 혈청 항체가 유방으로 분비돼 농축된 것”이라며 “분만 후 처음 착유하는 우유에 면역항체가 가장 높은 농도로 함유돼 있다. 착유를 계속하면 면역항체의 농도는 점차 낮아지며, 분만 후 3일쯤 되면 일반적인 우유와 비슷해진다. 분만일에 분비된 초유를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송아지가 초유를 먹는 시기도 중요하다. 송아지가 초유를 섭취하면 초유 면역항체가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출생 초기에 흡수 능력이 가장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흡수력이 떨어지고 출생 후 24시간이 지나면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따라서 출생 후 30~40분 이내에 초유를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한우의 초유는 다른 송아지에게 먹일 만큼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젖소의 초유를 한우 송아지에게 먹이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젖소는 자기 송아지가 먹고 남을 만큼 초유 분비가 충분하기 때문에 남은 초유를 한우 농가에 제공하면 한우 송아지가 초유를 섭취할 수 있다.
실제로 경기도 연천군은 그동안 한우 농가의 시름이 컸다. 출산한 어미소 모유공급 부족으로 송아지 폐사와 질병 발생이 잦았기 때문이다. 반면 젖소 농가의 초유는 공급 과잉으로 대부분 버리는 일이 빈번했다.
송아지에게 초유 효과는 엄청나다. 면역물질이 포함된 초유를 2시간 내에 급여하면 설사병은 최대 77%, 폐사율은 최대 66% 각각 감소한다. 또 분만한 송아지는 소화관으로부터 항체를 소화작용 없이 직접 흡수할 수 있다. 감염성 질병에 대한 면역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천군농업기술센터는 지역 내 초유생산이 적합한 젖소 농가를 선정하고 주 1회 수거 후 냉동보관하는 초유은행을 운영 중이다. 초유생산은 냉동보관 된 초유를 해동, 63℃에서 30분간 저온살균 과정을 거친다. 이후 초유 정략 신속측정키트를 통한 면역글로빈함량을 측정해 700ml 페트병에 소분한다.
이렇게 보관되는 초유은행은 송아지가 태어나 초유가 필요한 농가에서 연천군농업기술센터 축산관리실에 방문해 초유를 수령해 급여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센터 직원들이 급여지도에 나선다. 적정 용량은 분만직후 30분에서 2시간 이네 송아지 1두당 1병(700ml)이다.
연천군농업기술센터는 초유은행을 통해 지난 2020년 119농가에 738.5L 공급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49농가 1198L로 확대됐다.
한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015~2017년 젖소 초유 공급기술 보급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전국 23개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초유은행을 설치 운영 중이다.
김창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촌지도사는 “초유은행은 젖소 농가들이 초유를 맡기면 한우 농가가 가져다 이용하는 개념”이라며 “초유은행에서는 젖소 농가의 남는 초유를 수집해 품질 검사를 하고 저온살균 후 일정량씩 포장해 초유가 필요한 한우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도사는 “지금은 전국적으로 23개소에서만 초유은행이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지역에서 젖소 농가와 한우 농가가 상생 협력해 서로 돕는 초유은행으로 거듭나 농가소득을 높이는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