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역사저널 그날’·‘세상에 이런 일이’
김창완, ‘아침창’ 마지막 녹화서 눈물
11년 역사의 KBS ‘역사저널 그날’과 26년을 이어 온 SBS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와 재정비 사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두 프로그램 모두 “경쟁력을 갖춰 다시 돌아온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긴 역사의 교양프로그램마저 아슬아슬해진 현 상황에 씁쓸함이 남는다.
KBS는 지난 2월 KBS1 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의 시즌 종영 소식을 전하며 이유를 ‘시청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방송 말미에 출연자들이 갑자기 인사를 하며 종영 소식을 전해 그 배경에 의문이 쏟아지자, “5월경 돌아올 예정”이라며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향상해 재정비 후 돌아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해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담으며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역사저널 그날’의 제작진이 짚은 것처럼, PD 55명, 작가 56명, 패널 75명이 거쳐 간 KBS의 간판 교양프로그램이었다. 2~4%대로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꾸준한 응원이 이어지던 프로그램이었고, 이에 ‘역사저널 그날’의 시즌 종영 소식에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졌었다.
SBS는 무려 26년 동안 방송된 ‘세상에 이런 일이’의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다. 첫 번째 폐지설은 지난 1월 불거졌다. 당시 불거진 폐지설에 대해 SBS 관계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SBS 시사교양본부 PD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당시 PD들은 “시사교양본부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막내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구성과 편집을 배우는 작가와 PD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실력을 쌓는다.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에는 수익만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까지 아우르는 무형의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고 ‘세상에 이런 일이’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를 밝혔었다. 이후 지난 14일 다시금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고, 이에 SBS가 “폐지가 아닌 휴식기”라며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었다.
그러나 같은 날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하 ‘아침창’)에서 김창완이 마지막 녹화에 임하며 눈물을 보인 일도 이어졌다. 김창완은 2000년 10월 2일부터 23년 동안 매일 아침 청취자들을 만나왔지만, 결국 DJ를 후임인 배우 봉태규에게 물려주게 됐다. 김창완 또한 재정비 후 하반기 파워FM이 아닌 러브FM을 통해 돌아온다고 예고되긴 했지만, 장수 프로그램이 거듭 흔들리는 상황에 시청자들도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방송사들의 어려워진 사정을 시청자들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로 넘어간 관심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방송사들의 상황 역시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평일 드라마는 사라지고, 화제성 높은 예능프로그램도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되는 상황에서 교양프로그램만 ‘칼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듯 대표 교양프로그램에까지 ‘시청률’, ‘경쟁력’이라는 잣대가 적용되는 상황이 씁쓸한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역사저널 그날’, ‘세상에 이런 일이’가 각각 11년, 26년 이어지며 남긴 의미를 숫자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지상파 위기를 부른 이유 중 하나인 OTT, 유튜브가 가지지 못한 지상파의 가치이기도 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이 재정비 후 돌아와 더 의미 있는 내용으로 깊은 만족감을 선사할 수도 있다. 다만 ‘수익성’ 앞에서 방송사들의 역할마저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청률·경쟁력 부족’이라는 이유를 앞세운 방송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우려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