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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유통법 규제...중국에 식탁까지 내줄 판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4.03.25 07:02 수정 2024.03.25 07:02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온라인 유통 급성장...‘전통시장 보호’ 대형마트 규제 배경 설득력 잃어

中 이커머스 대공세, 직구 넘어 장보기 시장까지 침투

실효성 부족한 대책 보다는 규제 풀어서 공정한 경쟁 판 깔아줘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뉴시스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세가 심상찮다.


작년 초 한국 시장 진출 당시만 해도 저렴한 쓰레기, 가품 등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성비 상품이란 긍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모양새다. 길어지는 고물가 현상을 겨냥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친 전략이 주효했다.


최근에는 중국 직구 물량 외에 국내 식품대기업, 국내산 신선식품까지 취급하면서 공산품에서 장보기 시장까지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 그간 우리 국민의 식탁을 책임졌던 대형마트는 10년 넘게 규제에 발목이 잡혀 역차별을 받고 있다.


규제가 시작된 2013년 당시엔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자가 대형마트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유통환경은 빠르게 바뀌었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현재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뛰어 넘었다.


모든 장보기 품목을 온라인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시대에 대형마트에만 족쇄를 채워 전통시장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소비자 편익 침해라는 문제도 있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편리함을 느끼고 잘 이용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수년간 지적에도 위생이나 결제 시스템, 편의시설 등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한 사안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그대로 두고 대형마트만 제한한다고 전통시장 보호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거대야당의 반대로 해당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발의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여전히 갈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 중국 이커머스기업들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식탁까지 중국 자본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면 최고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거대 자본을 투입해 한국 시장이 잠식되고 나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벌써부터 중소판매자들은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기업들은 좋은 물건을 소싱해 싸게 파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소 제조기업이나 농가에 대한 투자나 상생 측면에서는 대형마트나 국내 이커머스에 비해 저조할 수 밖에 없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 이커머스도 국내 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를 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하고, 국내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산업부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사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특정 국가의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통상 마찰을 부를 수 있다는 부담이 큰 데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땅히 제재할 대책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 국내 유통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린다.


어설픈 제재 보다는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중국 업체에 점령 당한 우리 유통 생태계가 어떻게 휘둘릴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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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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