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조우
피격된 천안함 선체 함께 둘러봐
尹 "반국가세력 발 못 붙이게"…韓 "반드시 막을 것"
尹, 기념사서 "北, 무모한 도발 시 더 큰 대가 치를 것"
최근 '이종섭 조기 귀국·황상무 자진사퇴'와 비례대표 공천 등을 두고 충돌 조짐을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나 북한 어뢰로 피격된 천안함 선체를 함께 둘러봤다.
황 전 수석이 지난 20일 자진사퇴하고 이 대사가 21일 조기 귀국하면서 제2차 윤·한 갈등이 일단락된 뒤 두 사람의 첫 조우가 성사돼, 당정 갈등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비례 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당선권에서 벗어난 24번을 받자 공천 신청을 철회한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을 민생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하면서, 한 위원장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평택에 위치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함께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고 천안함 46용사에 대한 헌화와 참배를 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참석해 당시 피격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명백하게 도발과 공격을 받았는데도 자폭이라느니 왜곡·조작·선동해서 희생자를 모욕하는 일이 있다"며 "반국가세력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 위원장은 "영웅들을 모욕하고, 조작하고, 선동하고, 왜곡하는 세력들이 계속 그런 일을 하고 있다"며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조작과 선동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종북 세력의 준동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선체를 둘러본 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유족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위로를 건넸다. 행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차에 탑승하기 전 한 위원장과 악수하며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만남과 관련해 "당정 간 갈등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23일에도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의 대응 방안을 두고 '제1차 윤·한 갈등'을 벌인 뒤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난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우리 군은 철통같은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적·압도적으로 대응하여, 대한민국의 자유와 국민의 안전을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며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당히 타협하여 얻는 가짜 평화는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의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며 "정부는 우리 안보의 핵심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우방국들과 더 강력하게 연대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가 부상을 입은 장병들 그리고 전사한 분들의 유가족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 우리의 호국 영웅들이 확실히 예우받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천안함 피격 당시 전사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김해봄 양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할 때 참석자들과 함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은 서해수호의 날 배경이 된 3가지 사건(제2연평해전·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전)의 상징인 '6용사함', '새 천안함', 'K9자주포' 실물을 무대 배경으로 배치한 가운데 치러졌다. 국민 55명이 전사자 이름을 불러주는 국민 롤콜(roll-call·다시 부르기) 영상도 현장에서 상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