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대 사진작가가 선보이는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들
도로에서 성당으로 올라가는 초입에는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돌 조각상이 세워져 있는데 얼굴 모습이 조금은 이국적이다. 성당에 들어서서 좌우에 본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지붕이 덮인 긴 회랑으로 되어 있으며, 신자들이 봉헌한 십자가의 길이 동판으로 된 부조가 새겨져 있다.
본 성당은 춘천교구 주교좌 성당으로 성당 마당에 들어서면 두세 아름도 넘어 보이는 커다랗고 울창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흰 대리석으로 된 성당이 자리 잡았다. 푸른 잔디가 깔린 성당 마당은 주변보다 높은 언덕에 있어 춘천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높은 곳이라 무더운 여름에도 바람이 불어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성당 전면 좌우에는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과 요셉 성인 상이 세워져 있다. 성당 옆 크다란 느티나무 아래에는 카페가 있어 미사를 마친 신자들이 차나 커피를 마시며 환담하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다. 나도 순례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커피를 한잔 마시며 여유를 가져본다.
지금 성당이 있는 곳은 춘천지역 최초의 공소라 할 수 있는 곰실 공소가 이전하여 1928년 5월부터 춘천의 첫 성당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1949년에는 신축 기공식을 갖고 거의 완공단계에 이르렀으나 6.25로 인하여 한쪽 벽면이 무너지고 사제관 등 부속 건물이 대파되었다. 또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구 토마스 교구장을 비롯하여 외국인 사제와 수녀 등 수백 명이 끌려가는 죽음의 행진을 해야 했다.
그 이후 1951년부터 성당 복구를 시작하여 1956년 현 성당을 축성하였다. 2000년 대희년에 성당의 공간과 형태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전례 거행에 합당하고 예술적으로 흡족한 성전으로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당 뒤뜰에 있는 교구 순교자 묘역에는 춘천교구에서 사목활동을 하다가 선종한 사제들이 잠든 곳인 동시에 신앙을 증언하고 목자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다가 희생된 순교자들이 함께 모셔져 있다.
한국전쟁 중에 희생당한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고 안토니오 신부, 라 파트리치오 신부, 진 야고보 신부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고, 북한지역에서 순교하여 유해를 모실 수 없었던 백응만 다라소, 김교명 베네딕도, 이광재 티모테오, 손 프라치스코 신부의 가묘가 조성되어 있다. 아울러 '죽음의 행진' 속에서도 살아남아 교황 사절과 춘천 교구장으로 교구의 초석을 놓은 구인란 토마스 주교의 묘도 있다.
춘천교구 주교좌성당인 죽림동성당은 근대문화유산으로의 가치가 인정되어 2003년 6월 25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건축 유산 문화재 제54호로 등록되었다.
o 주소 : 춘천시 약사고개길 23
o 전화번호 : 033-254-2631
※ 주변 가 볼만한 곳 : 남이섬, 제이드가든,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의암호 스카이워크
<연재에 들어가며>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럴 때 따사로운 봄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여행하면서 전국의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나를 한번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런 독자들을 위해 조남대, 홍덕희, 문수영 세 명의 사진작가가 『사진작가가 찾아가는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50선』이라는 제목으로 2년여에 걸쳐 여러분을 안내하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시인, 수필가이며, 사진, 여행작가인 조남대 작가가 강원도의 아름다운 성당부터 격주로 소개할까 합니다.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남대 작가 ndcho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