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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복수·학폭 방관자’ 향한 질문…‘메시지’ 깊이 더하는 K-콘텐츠들 [D:방송 뷰]


입력 2024.04.05 06:44 수정 2024.04.05 06:4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방관자도 가해자' 메시지 남긴 '피라미드 게임'

'사적 복수'의 온당함 고민하는 '살인자ㅇ난감'·'원더풀 월드'

학폭(학교 폭력) 가해자를 처단하는 것을 넘어, 방관자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유도한 ‘피라미드 게임’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사적 복수를 통해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온당한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깊이를 더하는 작품들까지. ‘K-장르물’이 ‘반복’ 속 ‘깊이’를 더하고 있다.


최근 공개를 끝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은 ‘신선한 전개’로 이목을 끄는 작품은 아니었다. 장다아, 신슬기 등 신예들로 라인업을 꾸리며 ‘새 얼굴’을 보는 흥미를 선사하기는 했지만, 학폭 또는 계급 문제를 장르적으로 풀어내는 시도는 익숙했던 것이 사실이다.


ⓒ티빙 '피라미드 게임 ' 스틸

앞서 웨이브 ‘약한 영웅’, 디즈니플러스 ‘3인칭 복수’, 넷플릭스 ‘더 글로리’ 등 피해자 또는 피해자 주변인이 직접 가해자를 향해 복수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 편의 시원한 복수극을 통해 장르적 재미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삶을 조명하며 학폭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순기능으로 여겨졌다.


이 가운데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2학년 5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는 ‘피라미드 게임’은 백하린(장다아 분)처럼 왕따를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게임에 참여한 학생들 모두 ‘방관자’라는 메시지까지 담아내며 조금 더 깊은 고민을 유도한다. 백하린 등 가해자는 물론, 방관자들 또한 반성하는 결말을 통해 더 깊은 만족감도 선사했다. 인공 성수지로 활약한 김지연 또한 “결말이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수지가 하린이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말로 학교 폭력과 관련해 그 어느 부분도 미화가 되지 않아 좋았다”고 ‘피라미드 게임’의 메시지에 만족감을 표했다.


가해자를 직접 처단하는 ‘사적 복수’를 다루는 드라마도 ‘쾌감’보다는 ‘그것이 과연 온당할까’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며 또 다른 흥미를 선사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에서 ‘악인’을 ‘살인’하는 것은 과연 괜찮은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우선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 주인공 이탕(최우식 분)은 끊임없는 내적 갈등을 이어가며, 쾌감보다는 ‘고민’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악인을 직접 처단하는 것을 정의라고 믿는 경찰 출신 송촌(이희준 분), 두 사람을 끈질기게 뒤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의 존재까지. 사적 제재와 사법 시스템 사이, 무엇이 정의인지를 여러 시선에서 다루는 노력을 보여줬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원더풀 월드’ 또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은수현(김남주 분)이 가해자를 살해한 뒤 수감 되는 이야기를 통해 ‘사적 복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출소한 은수현이 자신이 살해한 가해자의 아들 권선율(차은우 분)을 만나 반대로 복수의 대상자가 되는 등 사적 복수가 남긴 또 다른 피해자의 아픔까지 함께 조명하는 것이 한 발 나아간 부분이다.


물론 앞선 작품들 또한 비슷한 시도들로 재미, 의미를 모두 잡곤 했다. 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 방송된 SBS 드라마 ‘재벌X형사’ 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가해자를 응징하며 ‘사이다’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렇듯 장르적 재미 안에 사회 문제를 녹여내고, 나아가 유의미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K-콘텐츠만의 강점으로 분석 되기도 한다. 이를 이어나가며 반복하는 사이, 변주를 통해 또 다른 메시지가 담기기도 하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메시지와는 별개로, 수위 높은 표현 또는 소재의 자극적 활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진 시점이다. 다수의 콘텐츠들이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를 이유로 표현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자칫 소재를 자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곤 한다.


최근 ‘피라미드 게임’ 속 게임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시선이 이어졌다. 전북교육청이 “티빙에서 공개한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으로 놀이를 가장한 집단 따돌림 현상이 학교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놀이로 시작한 피라미드 게임이 특정 대상에게 괴롭힘을 주는 학교 폭력이 되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학교 측에 배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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