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에스컬레이터 탑승, 뒤로 넘어지며 도미노현상
전체 폭언·폭행 피해 사례 중 72.7%가 취객에 의한 것
봄나들이 철을 맞아 음주로 인한 지하철 승객 안전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서울교통공사가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함께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올해1분기(1월~3월)에만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로 접수된 취객 관련 민원(문자)은 총2545건으로 하루 평균 82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도 76건 증가한 수치다.
음주로 인한 사고는 주로 계단 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계단 또는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고 이동하다 중심을 잃고 넘어져 다치는 사고이다. 특히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서의 넘어짐 사고는 본인 뿐 아니라 함께 이동 중이던 타인까지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오후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환승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이동하던 중 50대 남녀 취객이 비틀거리다 뒤로 넘어졌고,뒤에 있던 80대 여성2명도 이에 휘말려 함께 넘어졌다. 긴급히 출동한 역 직원과 119의 구호를받은 후 80대 여성1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음주 사고 사례는 넘어짐 사고 외에도 다양하다.▲화재 수신기 임의 작동으로 인한 화재경보로 이용시민 혼란 야기▲다른 승객과의 다툼 과정에서의 소화기 분사▲기물 파손▲에스컬레이터 점검 작업자 안전 작업 방해 등 넘어짐 사고 외에도 음주 승객들의 돌발행동으로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다.
역 직원과 지하철보안관에 대한 폭언·폭행 피해 사례는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지하철 직원이 주취자로부터 폭언·폭행당한 사건은 527건이다.특히 올해 1월에서 2월까지 전체 폭언·폭행 피해 사례 중 음주로 인한 비율이 72.7%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취객은 돌발적인 행동 우려가 크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지하철 직원들은 사법권이 없어 달리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출동한 경찰이나 119에 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11일 오전 청량리역에서는 승강장에서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만취한 50대 남성을 직원이 제지하자 폭언과 함께 소란을 벌였고, 출동한 경찰에게 폭언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에 공사 측은 나들이 승객이 증가하는 4~6월 사고가 많은 34개 역에서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안전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지하철 음주 사고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음주가 사고 개연성을 높이는 위험을 알리고, 승객과 직원이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것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인 지하철은 술에 취한 승객 한 명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다수가 크게 다칠 수 있다”며 “지하철 이용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을 배려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