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일반 사기죄 비해 벌금형 비율 5배 넘어…징역형 소수
대법원, 지난달 사기범죄 양형기준에 보이스피싱·보험사기 추가
보이스피싱 피해 큰 점 고려…'조직적 사기' 권고형량 범위 수정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보이스피싱과 보험 사기 등 서민들을 노린 사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하고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한 처벌 강화 작업에 돌입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전체 회의에서 기존의 사기 범죄 양형기준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보험 사기를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작년 11월 시행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의 64%를 차지하는 대면 편취형 사기가 포함됐고 법정형도 '징역 1년 이상 또는 범죄수익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으로 상향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보험사기에 대해서도 "2018∼2022년 선고된 구공판(정식재판 회부) 사건이 6209건으로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 중 사건명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보험사기범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보험사기로 챙긴 돈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심 재판을 기준으로 보험사기는 일반 사기에 비해 벌금형의 비율이 5배가 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보험사기에 관대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또 보이스피싱 범죄가 통상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피해가 큰 점을 고려해 '조직적 사기' 유형의 권고형량 범위도 수정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과 전세사기 등 조직적 사기가 늘어난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포 통장'을 거래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도 2020년 법 개정으로 법정형(법으로 정한 형량)이 상향된 점을 고려해 양형기준을 마련한다.
양형위는 "사기 범죄 양형기준은 2011년 설정·시행된 이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범죄 양상이나 국민 인식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등으로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서민 피해 범죄로 지목된 사기죄의 형량이 전체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요건도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다.
양형위는 올해 8∼9월 전체 회의를 통해 권고 형량 범위와 양형 인자(양형 심리에 반영할 요소), 집행유예 기준을 확정한다. 이후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 조회 등을 거쳐 내년 3월 각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작년 4월 출범한 제9기 양형위는 지난 1년간 지식재산·기술 침해범죄, 마약범죄, 스토킹 범죄 양형기준을 설정했다.
남은 1년간 사기 범죄 외에도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신설하고 성범죄 양형기준을 수정할 예정이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벗어나 판결하려면 판결문에 사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